국제 국제일반

잘나가는 반도체, 4분기 수출 증가세 둔화 전망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5 17:10

수정 2017.10.15 17:10

석유.화학 수출 좋겠지만 반도체 대체할 수준은 안돼
잘나가는 반도체, 4분기 수출 증가세 둔화 전망

한국 수출을 반도체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올 4.4분기 반도체 수출부문 기저효과가 사라지게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올해 반도체 수출 상승세는 침체됐던 시장이 지난해 4.4분기를 기점으로 가파르게 살아난 기저효과 덕분이다. 따라서 이 같은 기저효과가 사라지게 될 올 4.4분기부터는 반도체 수출 확대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전체 수출에도 하방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를 대신해 국제유가 상승으로 채산성이 개선되고 있는 석유.화학 수출이 주목받고 있다.

■4분기 반도체 기저효과 사라져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1~8월 반도체의 누적 수출액은 520억97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8% 증가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반도체가 호조를 보이면서 올해 수출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올 4.4분기부터는 반도체 수출이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KOTRA에서 발표한 수출선행지수에 따르면 반도체의 경우 지난 2.4분기와 3.4분기 각각 73.2, 74.7을 기록하면서 호조를 이어갔지만 올 4.4분기에는 67.4로 전분기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수출선행지수가 50을 넘으면 수출경기 호조로 분류한다. 따라서 올 4.4분기 반도체 수출은 호조를 이어가겠지만 동시에 조정기를 겪게 된다는 의미다. 올 4.4분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출의 조정은 내년까지 이어지고 전체 수출 증가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은 지난해보다 19.7% 증가한 411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내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반도체 시장의 성장률이 4%에 그치고, 오는 2019년에는 시장 분위기가 역전돼 1%포인트 축소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부터 당장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역성장을 보일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처럼 반도체 시장의 성장이 주춤하면 국내 업체의 수출 증가폭도 감소할 전망이다.

최배근 건국대 교수는 "반도체 가격을 보면 증가율이 3.4분기부터 꺾였다. 그 이야기는 수요 압박이 해소됐기 때문에 당분간 반도체 수요가 지속되겠지만 증가율 자체는 저하될 것으로 봐야 한다"며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을 이끄는 효과는 이제 끝부분에 이르렀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도 "반도체 수출에서 기저효과가 사라지게 된다는 점에서 내년이 더 걱정된다"며 "경기위축을 대비해서 정책적 준비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석유.화학, 수출 늘겠지만…

반도체 수출을 대신해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석유.화학이다.

석유정제업체들은 도입유가와 판매가격 간 차이를 통해 마진을 남기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뛸수록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업황이 좋아진다.

국제유가는 최근 상승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6월 기준 월평균 배럴당 46.4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상승세를 보이면서 9월에는 월평균 53.7달러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 9월 4주차에는 주간 평균 55.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화학 수출에도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트라 수출선행지수에 따르면 석유.화학 수출선행지수는 지난 2.4분기 42.3으로 부진했지만 지난 3.4분기 65.8, 올 4.4분기에는 68.4로 2분기 연속 개선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는 어려운 만큼 석유.화학 수출이 반도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확대 가능성으로 상승세에 있지만 셰일오일 증산 등으로 추가 상승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배근 교수는 "국제유가가 올해 중반 40달러대로 떨어졌다가 최근 50달러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50달러대 후반을 돌파하기는 어렵다"며 "석유.화학은 현 수준이 최선으로 더 이상은 만들어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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