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槍을 제대로 든 여당을 고대하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17:08 수정 : 2017.10.12 17:08


문재인정부 첫 국정감사의 막이 올랐다.

국정감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정부의 국정운영 전반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것이다. 국정감사권은 입법권과 함께 국회가 가진 가장 큰 힘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정감사는 '국회의 꽃'이라고도 불린다.
인권유린의 온상인 삼청교육대의 민낯이 드러난 곳도, 국가정보원의 휴대폰 불법 도.감청 문제가 제기된 곳도 국정감사장이었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크게 증폭됐다. 다시 말해 국정감사는 국가권력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도록 또다른 국가권력이 감시하도록 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국정감사장에선 행정부와 입법부의 팽팽한 기싸움이 벌어져야 정상이다. 그러나 우리네 국정감사장의 기류는 조금 다르다. 물론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낯익은 클리셰가 방증하듯 국정감사장에서의 줄다리기 양상은 흔하디흔한 장면이다. 다만 줄의 양 끝을 잡고 있는 주체가 다를 뿐이다. '행정부 대 입법부'라는 견제구도 대신 '집권여당 대 야당'의 대결구도가 형성돼 있는 게 대한민국 국정감사의 현실이다. 아쉽게도 국정감사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분명 있다. 정당이 정치적 실권을 잡고 있는 구조에서 행정부 견제활동이 곧 여야 간 정치적 의제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탓이다. 정부의 잘못을 속속들이 캐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야당과 달리 정부의 한 축인 여당은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애초에 국정감사를 임하는 자세부터가 다른 셈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지난해 겨울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국민의 눈높이는 달라졌다. 국민은 "이게 나라냐"고 외쳤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정부에 기회를 줬다. 그리고 날카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정부와 국회도 함께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하고 국회는 정부가 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이번 국정감사가 변화의 시작이 돼야 한다. 변화의 키를 쥐고 있는 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다. 국정감사가 진정한 창과 방패의 대결이 되려면 여당이 창을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창을 전임 정권을 향해서만 휘둘러선 안된다.

여당은 국회의 일원이다. 20일간의 국정감사 대장정에서 창을 든 여당을 마주하길 바란다.

ehkim@fnnews.com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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