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4차산업혁명委, 마라톤은 시작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12 16:59 수정 : 2017.10.12 16:59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마라톤 경기가 시작됐다. 미국, 독일, 일본 등 강국은 일찌감치 출발했다. 경기는 이미 시작됐는데 우리나라 선수는 아직 운동화가 어딨는지 모른 채 맨발이다. 당황스럽긴 선수도 마찬가지다.
당혹감에 빠진 선수는 운동화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모습이다. 지켜보는 국민들은 애가 탄다.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닻이 올려졌다. 4차산업혁명위는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나아가는 데 발목을 잡는 규제를 철폐해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기존 산업이 더 발전하도록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조직이다. 힘을 보태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는 대통령 선거가 워낙 급하게 치러지다 보니 공약들이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았고, 여기저기 잡음도 많이 들렸다. 4차산업혁명위도 애초 공약대로라면 주요 부처 모든 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했어야 한다. 잡음이 일면서 실제 구성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이 과정에서 장관들의 참여비중도 확 줄었다. 규제개선은 단순히 구호만 외친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다. 부처 간 이해관계에 따라 상충하는 문제들을 하나하나 조율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맥킨지앤드맥킨지가 최근 발간한 '스타트업코리아!'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들의 사업모델 중 3분의 1이 한국의 현행 법령에 저촉된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는 숙박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불법이고, 차량 호출업체인 우버와 디디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저촉되는 것이다. 너무 촘촘하게 만들어진 법 체계가 스타트업의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이어지는 데 결정적인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런 규제는 관계된 부처가 머리를 맞대 해결점을 찾는 수밖에 없다.

아쉬움은 남지만 4차산업혁명위가 대장정을 시작했다. 에어비앤비 창업 후 9년이 흐르고, 우버는 창업된 지 7년이 되는 사이 우리나라는 운동화도 신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이제 남은 것은 늦은 만큼 부지런히 쫓아가 선두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다.

'가장 늦었다고 생각했을 때가 가장 빠르다'라는 속담에 이번만큼 절실히 기대고 싶은 때가 없다. 마침내 운동화를 찾아 신은 우리나라 선수가 앞서 나간 다른 국가 선수들을 부지런히 쫓아가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쫓아가는 중에 갑자기 운동화가 벗겨지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직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희망에 기댈 수 있지만, 경기 중 운동화가 벗겨진다면 결코 다시 뛸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마침내 운동화를 찾아 신은 우리나라 선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ronia@fnnews.com 이설영 정보미디어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Loading... 댓글로딩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