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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궐련형 전자담배 증세 서둘러야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9 16:37

수정 2017.10.09 16:37

[현장클릭] 궐련형 전자담배 증세 서둘러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증세안이 좀처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연간 5000억원이 넘는 세수손실이 우려되는 만큼 서둘러 증세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몸에 덜 해로운 만큼 세금을 올리는 건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서민증세라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크다.

일견 둘 다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정부 조세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볼 때 증세는 서둘러야 하는 게 맞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의 글로(glo) 두 종류로 모두 외국계 담배회사들이 제조.판매하고 있다.

일반담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세금으로 배를 불리는 것은 이 두 회사뿐이다. 정부가 추산한 세수손실만 연간 5000억원에 달한다.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는 것을 감안하면 세수손실액은 더 커질 전망이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세금을 덜 걷어 우리나라에 이로울 것이 하나도 없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지만, 이는 이들의 주장일 뿐이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에 대한 결과를 내놓기 전 건강위해도를 속단하긴 이르다. 필립모리스가 증세를 막기 위해 제공한 외국 과세율이 엉터리였다는 걸 떠올리면 이 주장도 어쩐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게다가 필립모리스는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을 매년 배당금 형식으로 가져가고 있다. 국내에 재투자를 하는 사례는 거의 전무하다. 이번 증세안이 불거지자 경남 양산의 담배공장 설립을 철회하겠다는 식으로 나왔지만, 사실 국내 담배공장 설립 역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투자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부가 조세정책에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는 담배와 더불어 소위 '죄악세'로 불리는 술, 경마, 도박 등과 함께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국마사회를 보자. '말산업'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 마사회 전체 매출에서 비중이 가장 큰 사업부문은 '화상 경마장'이다.

'도박'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회사를 우리 정부가 '공기업'으로 두고 있다는 말이다. 정부가 화상 경마장을 운영하는 공기업을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마사회는 지난달 20일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경영쇄신 추진'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통해 "'경마=도박'이란 부정적 인식을 탈피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보다 주목할 것은 마사회가 기여하는 세금이다. 마사회는 매출액의 16%, 약 1조5000억원을 국가.지방 재정에 보태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마사회를 공기업으로 운영하는 건 마사회가 내는 세금이 적지 않기 때문 아닐까.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마찬가지다. 담배가 덜 해로워봐야 담배다.
세금을 올리지 않아서 덕 보는 게 외국 담배회사뿐이라면 더욱 공평하게 세금을 거둬야 한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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