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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댁 잔소리, 처가 눈치… 아내도 남편도 ‘명절스트레스’ 하소연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10.01 14:05

수정 2017.10.01 18:57

치료제 없는 명절증후군
주부 .. "시댁서 듣는 자녀계획 여부, 명절음식 준비 등 노동 부담"
남편.."장거리 운전.처가 눈치 피곤, 연휴 길어 돈도 많이 든다"
'추석 실감' 붐비는 할인마트 1일 오전 서울 청계산로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준비용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추석 실감' 붐비는 할인마트 1일 오전 서울 청계산로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이 추석을 앞두고 차례 준비용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 권모씨(33.여)는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아직 시작하지도 않았지만 벌써부터 입맛이 없고 한숨만 나온다. 시댁에 갈 때마다 듣는 '자녀계획' 질문 때문이다. 결혼 1년차 때는 "아직 신혼을 즐기고 싶다" "곧 가질 예정"이라면서 시댁 식구들의 질문을 웃으며 넘길 수 있었지만 결혼 3년차에 접어드니 질문 강도도 강해졌다. 권씨는 "둘만 생활하기에도 빠듯한데 무작정 아이부터 빨리 가져야 한다는 시댁 식구들 잔소리에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라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 결혼 10년차인 유모씨(40)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말 못할 속앓이를 하고 있다.
본가와 처가에 각각 용돈을 드려야 하는데, 회사 사정이 어려워 예전보다 보너스가 줄어 월급에서 감당하기 빠듯해서다. 이번 추석 연휴가 길어지면서 양측과 각각 이틀씩 여행일정도 잡혀 기사 역할은 물론 여행일정까지 준비하게 됐다. 유씨는 "긴 추석 연휴 덕분에 평소보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어 좋지만 연휴 내내 개인 시간은 못 갖고 운전기사와 가이드 역할을 할 생각을 하니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고 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댁 잔소리, 처가 눈치… 아내도 남편도 ‘명절스트레스’ 하소연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가 다가온 가운데 이른바 '명절증후군'으로 인한 남녀, 주부.남편 간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명절증후군은 가족과 명절을 보내며 스트레스로 생긴 두통이나 육체피로로 인한 근육통 등 각종 정신적.육체적 증상을 뜻한다. 특이한 점은 과거에는 주부 위주로 나타났다면 최근에는 남편이나 주부 모두 이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부와 남편이 호소하는 명절증후군의 원인은 천차만별이다. 주부들은 명절 때마다 시댁 식구들로부터 듣는 자녀계획 여부나 명절음식 준비 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 등에 대한 문제점이 고질병처럼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호소한다. 반면 남편들도 장시간 운전에 따른 스트레스와 처가 눈치보기 등을 꼽으며 명절증후군이 더 이상 주부들만 겪는 증상이 아니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시댁 식구 질문 공세에 속타는 주부들

1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에 따르면 직장인 14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 중 74.6%가 '명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기혼여성 10명 중 8명은 이같이 응답해 스트레스가 가장 높았다.

결혼 2년차인 김모씨(31.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김씨는 "결혼 전만 해도 명절증후군은 다른 사람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겪어보니 알겠다"면서 "맞벌이이긴 하지만 아직 대출을 갚지 못해 생활이 빠듯한데 아이를 빨리 갖지 않는다고 시댁에서 성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지난 설에는 아이가 없으면 부부 권태기가 쉽게 올 수 있으니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빨리 가져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면서 울분을 토했다.

결혼 3년차에 자녀 한 명을 둔 서모씨(30.여)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있어서 아이 한 명을 돌보는 데도 정신이 없는데 '형제가 없으면 외롭다' '아이는 많을수록 효도한다' '그래도 아들은 있어야 하지 않으냐'는 질문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린다"면서 "양육비를 따로 챙겨주는 것도 아니면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말을 할 때마다 가족이 맞나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댁 잔소리, 처가 눈치… 아내도 남편도 ‘명절스트레스’ 하소연


■남편도 피해갈 수 없는 '명절증후군'

반면 남편이 겪는 명절증후군도 만만찮다. 장시간 운전이나 차례음식 준비 등으로 한껏 예민해진 아내 눈치에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한다. 기혼남성도 10명 중 7명은 명절 스트레스를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8년차인 김모씨(38)는 "아무리 장모님이 잘해주셔도 상식적으로 처가집 가서 무조건 누워만 있을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요새는 남자들도 추석 차례뿐만 아니라 전 부치기 등 집안일을 다 하기 때문에 여자만 명절증후군을 겪는게 아니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혼 9년차인 윤모씨(39)는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 스트레스가 더 심한 것 같다"면서 "공평하게 날짜를 나눠 처가와 본가에 가기로 아내와 이야기를 했는데 양쪽 집을 왔다갔다 하려면 최소 5시간은 넘게 걸린다. 서울로 다시 올라올 때 또 운전할 생각을 하니 짜증이 난다"고 고개를 저었다.

■전문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배려 필요"

이 같은 명절증후군을 피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배려와 대화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칫 사소한 말이나 행동으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야기될 수 있어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원행정처로부터 받은 '명절 전후 이혼건수' 자료에 따르면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이혼신청이 명절 이후 이뤄진다.


지난해 총 이혼 신청건수 10만8880건 중 설과 추석 전후 10일간씩 총 40일간 접수된 이혼 신청건수는 2만6249건으로 전체의 24.1%를 차지한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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