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강군론' '책임국방' 강조한 배경은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28 16:39

수정 2017.09.28 18:57

우리 군의 핵심 전략무기인 탄도미사일 '현무-2', 순항미사일 '현무-3',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왼쪽부터)가 28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공개됐다. 연합뉴스
우리 군의 핵심 전략무기인 탄도미사일 '현무-2', 순항미사일 '현무-3',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왼쪽부터)가 28일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건군 69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공개됐다. 연합뉴스

文대통령, '강군론' '책임국방' 강조한 배경은

"강한 안보없이는 평화를 지킬 수도, 평화를 만들어갈 수도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무모한 도발에는 강력한 응징으로 맞설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평택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 날'행사에 참석, 기념사에서 '강군론'과 '책임국방'을 축으로 하는 국방개혁 과제를 제시했다.

文대통령, 자주국방→책임국방
문 대통령은 "이기는 군대가 돼라"는 말로 강군론을 압축적으로 제시했다.
북한에 대해 힘의 우위가 전제돼야 한반도 평화도 지켜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이란 '평화노선'을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강력하게 응징한다는 기존 대응기조를 재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한·미 연합방위전력 외에 '독자적 역량' 확보, 다른 말로 '책임국방'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책임국방은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포함된 것으로 정부 출범 이후엔 이번에 처음 등장했다. 책임국방은 참여정부 당시 해석의 문제로 이념갈등에 휘말렸던 '자주국방'과 비교되는 개념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이와 별개로 군의 독자적 수행능력도 강화한다는 것으로 불필요한 이념갈등을 차단하기 위해 고안한 말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강한군대·책임국방을 위한 4대 과제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환수 △한국형 3축 체계 조기구축 △방산비리 척결 △군 장병 인권 및 복지 강화를 제시했다.

"우리가 전시작전권을 가져야 북한이 우리를 더 두려워하고, 국민은 군을 더 신뢰하게 될 것이다" "강력한 한국형 3축 체계는 우리 군 독자적 능력의 핵심전력인 만큼 조기 구축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라"라며 거듭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3축은 북한의 도발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제거하는 공격형 방위시스템 킬 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 KAMD, 한국형 대량응징보복 체계인 KMPR을 말한다.

이날 행사에서 군이 3축 체계 장비들을 대거 공개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국방부는 킬 체인의 핵심전력인 현무2 탄도미사일을 최초공개했으며, 사거리 1500㎞에 이르는 순항미사일 현무3도 나란히 전시했다. KAMD의 핵심 전력인 패트리어트 미사일과 KMPR의 핵심무기인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비롯해 지대공 미사일 철매, K9 자주포, 전술지대지 미사일 ATACMS 등도 문 대통령의 사열을 받았다.

또 행사장 뒷편 항구에는 우리 해군이 보유한 1만4500t급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1800t급 잠수함 김좌진함이 정박해 위용을 과시했고, 하늘에서는 회전익과 고정익 항공기 53대가 저공 비행했다. 육군은 지난해 5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한 세계 최강의 아파치(AH-64) 공격헬기 7대를 기동시범에 참가시켰고, 공군은 F-15K 전투기 8대, KF-16 전투기 7대를, 해군은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AW-159) 1대, P-3C 해상초계기 2대를 동원했다.

'평택2함대'서 국군의 날 개최...육군개혁 의지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 장소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을 상징하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리는 국군의 날 기념식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직접 장소를 '낙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년 기념식이 열려왔던 계룡대가 아니라 평택2함대로 장소를 바꿀 것을 직접 결정했다는 것이다.

계룡대는 장소가 협소해 육군 위주로 행사가 치러질 수밖에 없지만 이번에 기념식이 열리는 평택2함대는 장소가 넓어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는 전언이다. 이는 육군의 기득권을 타파, 육·해·공군의 균형있는 발전을 강조해 온 문 대통령의 구상과 맞닿아있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육·해·공이 한 자리에 모여서 전력 보여줄 수 있는 곳으로는 2함대 사령부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함대는 연평해전과 천안함 사건을 겪은 부대로서 대통령의 엄중한 안보의식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방산비리 척결 역시 강한 군대·책임국방의 과제로 제시됐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는 범죄를 넘어 국가안보의 적, 군 전체의 명예와 사기를 떨어뜨리는 이적행위"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군의 사기와 애국심 고양을 위해 장병 인권 보장과 복무여건 개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면책이 허용되지 않는 절대 의무"라고 스스로의 과제를 역설했다.


한편, 국군의 날은 6·25 전쟁 당시 국군이 38선 돌파한 10월 1일로 기념해 왔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와 겹쳐 나흘 앞당겨 개최됐다.

ehcho@fnnews.com 조은효 문형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