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240번 버스, 건대역→건대입구역 297m 거리... 내려줄 곳 없었다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2 17:42

수정 2017.09.12 18:07


240번 버스, 건대역→건대입구역 297m 거리... 내려줄 곳 없었다

아이를 잊어버린 엄마의 호소를 무시하고 체 달렸다는 서울 시내 240번 버스의 기사에 대한 비난이 이어진 가운데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11일 한 시민이 서울특별시 버스운송사업조합 민원게시판에서 민원을 제기된 이후 12일 오전 언론 보도로 촉발됐다.

이후 사태가 확산되자 서울시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이날 서울시 버스정책과는 CC(폐쇄회로)TV를 살펴본 결과 버스 기사는 16초간 문을 충분히 개방한 후 닫았고, 엄마가 기사에게 얘기했을 때 물리적으로 버스가 출발해 8차선 도로에서 정차가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종합하면 버스기사는 승객들이 내리는 것을 확인한 뒤 출발했으며 엄마는 아이가 없다는 사실을 버스가 2차선 진입 후에야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 엄마가 그 즉시 내려달라고 했지만 이미 2차선에 진입해 중간에 내려주기 힘든 상태라 파악한 기사는 그다음 역에서 아이 엄마를 내려준 것이다.


240번 버스, 건대역→건대입구역 297m 거리... 내려줄 곳 없었다

서울시 능동로의 '건대역' 정류소 일대는 왕복 8차선 도로로서 당시 버스가 2차선으로 진입한 후에는 갓길 정차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도로 양 옆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어 인도로 접근이 어렵다./사진=네이버 지도 로드뷰
서울시 능동로의 '건대역' 정류소 일대는 왕복 8차선 도로로서 당시 버스가 2차선으로 진입한 후에는 갓길 정차를 할 수 없는 구조다. 특히 도로 양 옆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어 인도로 접근이 어렵다./사진=네이버 지도 로드뷰

이를 보충하는 증언은 또 있다. 자신을 사건이 발생한 화양동 동네 주민이라고 밝힌 한 시민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일단 그곳(건대역) 구조가 좀 특이해서 교차로에서 직진차선 한 개가 없어집니다. 그래서 버스 정류소에서 바로 안쪽 차선으로 들어왔다가 교차로를 지난 후 다시 바깥 차선으로 빠져야 됩니다"라면서 "중간에 승객을 내려주려면 사거리 한복판에 내려줘야 하는데 기사가 미치지 않고선 이러면 안 되죠"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사거리 전과 후에 버스 정류소이 있는데 두 정류소 간 거리는 200미터 정도 됩니다. 갓길이고 뭐고 아예 차를 대고 내릴 곳도 없습니다. 무조건 길 한바닥에 내려줘야 되요"라면서 "길 한가운데 내려서 혹시 다른 차나 오토바이랑 사고 나면 기사가 무조건 잘못이죠"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네이버 지도 확인 결과 버스 정류소 '건대역'과 '건대입구역사거리,건대병원역'의 거리는 자동차로 소요시간 약 2분, 거리는 297m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3년 서울시가 시민들이 지하철과 버스를 보다 편리하게 환승할 수 있도록 시내 총 5,712개소 중 지하철역 주변에 위치한 1,745개 정류소가 적게는 50m에서 많게는 170m까지 거리가 좁혀져 두 정거장 사이가 짧아 질 수 있었다.


또한 '건대역'에서 건대입구역 사거리까지 8차선 도로 100m 동안 도로 양옆에는 가드레일이 설치돼 있어 인도로 접근이 어렵다.

이에 대해 240번 버스의 소속 회사인 A사 관계자는"엄마가 단순히 이전 정류장에서 못 내려 내려달라고 한 줄 알았다"라면서 "건대입구 정류장과 다음 정류장 사이 도로 가변이 위험해 다음 정류장에 내려줬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 자체로 처벌 조항을 찾지 못했다며 처벌보다는 교육을 통해 재발 방지 조치를 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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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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