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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쿠바와 한국 야구대표팀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9.11 20:13

수정 2017.09.11 20:13

1989년 0-11 콜드게임패.. 무시무시하던 쿠바 상대 올해는 17-7 콜드게임승
28년만에 고스란히 갚아줘.. 한국 야구 무서운 성장세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8일(한국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 쿠바전에서 17-7,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날 지명타자로 나선 강백호(서울고)는 3안타 3타점 3득점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8일(한국시간) 캐나다에서 열린 '제28회 세계청소년야구 선수권대회' 쿠바전에서 17-7, 8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뒀다. 이날 지명타자로 나선 강백호(서울고)는 3안타 3타점 3득점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색색이'라고 불리던 야구 선수가 있었다. 선린상고와 건국대를 거쳐 MBC 청룡(현 LG),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한 이해창(64)이다.
kt 위즈의 이해창(30)과는 동명이인이다.

이해창은 1982년 서울에서 열린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프로 진출을 1년 미뤘다. 국내에서 개최된 야구대회서 우승을 하겠다는 열망의 희생자(?)였다. 덕분에 한국은 세계선수권대회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의 우승은 대단한 경사였지만 세계최강 쿠바의 부재로 순도는 다소 떨어졌다. 당시 쿠바 야구는 무시무시했다. 쿠바와 맞붙어본 한국 야구선수들은 "열심히 싸우면 콜드게임 패, 슬렁슬렁하면 그냥 패배 당했다"는 우스갯소리를 곧잘 했다.

한국팀 선수들이 이겨보려고 빡세게 달려들면 저쪽(쿠바)도 열심히 하니 콜드게임 당하기 일쑤였다. 반면 승부를 포기하고 슬슬하면 저쪽도 느슨해져 최소한 콜드게임은 면한다는 말이었다.

그런 쿠바를 상대로 유일하게 잘한 선수가 이해창이었다. 비결이 뭘까? 알고 보면 간단했다. 이해창은 숙소에서 만난 쿠바 선수들에게 야구 장비와 먹을 것을 아낌없이 나누어주었다. 쿠바 선수들은 그 답례로 이해창만 나오면 치기 좋은 공을 던져줬다. 오는 정이 깊으면 가는 정도 진한 법.

한국 야구대표팀이 쿠바에 당한 가장 뼈아픈 패배는 1989년 제9회 대륙간컵 대회였다. 쿠바에 0-11, 8회 콜드게임 패를 당했다. 당시만 해도 쿠바와 붙으면 으레 당하던 콜드게임이었다. 그런데 이 대회선 해도 해도 너무 심했다. 8회까지 1루를 단 한 차례도 밟아보지 못했다. 퍼펙트 패배를 당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 후. 1999년 제14회 대륙간컵 대회. 한국은 박한이(동국대-삼성), 신명철(연세대-kt)의 활약에 힘입어 쿠바에 4-3으로 이겼다. 공식대회서 한국 대표팀이 쿠바 대표팀을 꺾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번엔 그로부터 18년 후. 한국 청소년대표팀이 지난 8일(이하 한국시간) 쿠바를 상대로 17-7, 8회 콜드게임 승을 거두었다. 한국 야구가 쿠바와 맞붙어 콜드게임으로 이긴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늘 콜드게임으로 지다가 어느 순간 이겼고, 마침내 콜드게임 승을 거두었다. 쿠바전 역대 최다 득점이자 최다 점수차 승리이기도 했다.

한국은 선발로 서준원(경남고)을 내세웠고, 3회 조대현(유신고)과 강백호(서울고)의 적시타가 터져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부터는 일방적 경기 양상. 강백호는 3안타 3타점의 맹타를 과시했다.


한국은 11일 미국과의 결승서 0-8로 패해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서 쿠바를 누르고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역대 최강으로 불리는 이번 청소년대표팀이 주축을 이룰 2020년 도쿄 혹은 2024년 파리올림픽서 또 한번의 금메달을 기대해본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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