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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업 생산비 절감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시대 열겠다"

김용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28 20:16

수정 2017.08.29 09:39

취임 1년 6개월 맞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을 만나다
살충제 계란으로 농가신뢰 깨져 안타까워… 현장 가보면 친환경 피땀 흘리는 농가 많아
아이디어 농산품 있어도 판로 없어 상품화 못해… 농협이 판로개척.투자역할 맡아야
태양광발전 농외소득에 큰 도움… 文정부의 쌀직불금도 농가소득 보전의 한 방법
청탁금지법 공감하지만 농가피해 상상초월… 농산물 제외하거나 10만원으로 상향해야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의 집무실 한쪽 벽면엔 혜촌 김학수의 '농가월령도' 열두폭이 널찍이 자리잡고 있다. 화폭 속 풍경은 일견 고즈넉하고 여유롭지만, 그림 속 농민들은 일년 열두달을 먹고살기 위해 일하고 또 일했을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줄곧 '농심(農心)'을 강조한 김 회장을 지난 24일 서울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집무실에서 만났다. '삼수' 끝에 지난해 3월 농협중앙회장에 당선된 김 회장이 취임한 지 벌써 1년6개월가량 지났다. 농가월령도로 치면 이미 한 차례 추수를 끝내고 다음 번 추수를 기다리고 있는 시기다.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공언해왔던 김 회장의 '소출'은 얼마나 될까. 그는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열기 위한 '웅덩이'를 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특별인터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업 생산비 절감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시대 열겠다"

[특별인터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업 생산비 절감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시대 열겠다"


대담 = 김규성 경제부장

김 회장은 또 "협동조합의 장점을 살려 '생산비'를 줄이고, 태양광발전 등 농외소득을 늘리겠다"는 자신의 공약도 차근차근 실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는 농가소득에 해가 될 수 있는 청탁금지법에 대해선 "개정이 시급하다"며 단호하게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쌀 직불금 물가연동제에 대해선 "논농사에 대한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정책"이라고 호평했다.

―안정되긴 했지만, 최근 '살충제 계란'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계란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나.

▲소수의 농가들로 인해 전체 농가가 힘들게 됐다. 계란 소비가 무려 60%가량 줄었다. 하지만 국민들께서는 우리 농민들도 상당히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어제 안성의 농가 한 곳을 방문했는데 느끼는 바가 많았다. 그 농가에 가니 '백반석'을 축사 바닥에 깔아 수분 조절을 하고 있더라. 백반석을 가루로 내어 일주일에 한 번씩 뿌려준다. 그렇게 해서 세균을 막는다. 조류인플루엔자(AI)나 살충제가 있을 수 없다. 특히 계란 집하장(GP)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감명받았다. 총 2단계 과정을 통해 완벽한 계란을 출하한다. 우선 계란 껍질에 생산자를 표기한다. 생산날짜와 유통기한이 나온다. 이 과정에서 레이저를 통해 육안으로 발견할 수 없는 곪은 달걀도 선별해낸다. 이 과정에서 살충제 검사가 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이런 GP 시설이 60개 정도 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계란 산업의 답이 있다고 본다.

―임기 4년 중 1년은 현장에서 보내겠다고 했다. 휴가도 농촌마을로 다녀왔다고 들었다.

▲현장을 가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5박6일 동안 제주도를 뺀 전국을 모두 돌아봤다. 실제 작년에는 여름휴가에서 청년여성 농업인을 발굴했었는데 올해에는 농민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것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최근 많은 농촌에서 가내수공업처럼 2차 상품을 만드는데 판로를 구하지 못해 팔지 못하고 마케팅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농협이 판로를 열어주기를 기대하는 농가가 많더라. 그중 한 농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팝콘을 만드는 농가였는데 사과팝콘, 블루베리팝콘 등 과일을 활용해 일곱 가지 맛의 팝콘을 만들고 있었다. 기존 팝콘과는 전혀 달랐다. 기름지지 않고 치아에 달라붙는 불편함도 없었다. 그런데 두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팝콘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가공기술이나 기계가 없고, 또 판로보장이 안되는 점이었다. 기계를 개발하는 데 3억원가량 필요한데 농가에서 쉽게 투자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팝콘 기계를 적당한 가격에 만드는 방법을 찾으면 농협이 융자도 지원하고 농협 하나로마트 매장에 기계를 설치하겠다고 제안했다. 또 매실을 활용해 독특한 상품을 만든 농민도 있었다. 보통 매실은 시어서 과육으로는 먹지 못해 장아찌나 술을 담거나 한다. 그런데 이분은 매실에 칼자국을 내어 신맛을 빼고 운전할 때 졸지 않도록 하는 매실을 개발했다. 현장을 다녀보면 상당히 많은 것을 우리 사업과 연장해서 농가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취임 이후 '농가소득 5000만원' 시대를 공언했다. 새 정부 '소득주도 성장'과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2015년 말 기준 농가 평균소득은 3722만원으로 도시근로자 평균소득 5780만원의 64%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 농민이 빈곤감을 느낀다. 실현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만, 가능하다.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생산비다. 실제 농업경영비가 지난 10년간 52.6% 증가한 것이 농가소득 정체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호당 평균 농업경영비는 2005년 1468만원에서 2015년 2240만원까지 뛰었다. 결국 비료나 사료, 상토 등 영농자재 가격을 안정시키고 구매비용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대량의 이점을 통해 생산비를 절감하자는 게 협동조합 설립의 본질이다. 그간 안해온 건 아니지만, 우리 회원농협이 1132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실현했느냐고 보면 미흡했다. 당장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비료 6%, 상토 10.5%, 농약 3%, 사료 2.5% 등 영농자재 가격을 내렸다. 지난 4월께 영남자재유통센터를 지어 대량구매, 비수기 비축 등을 통해 공급가를 10%가량 낮춰 약 220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국 조합장들과 무박2일 컨퍼런스를 열어 간곡하게 협조를 구했다. 생산비를 절감하는 방법에는 기술적인 측면도 있다. 벼 직파재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2474㏊였던 벼 직파재배 면적은 올해 1만㏊까지 늘어났다. 2020년에는 4만㏊로 확대할 수 있다. 이앙법 대비 ㏊당 73만원의 절감효과가 있다. 생산비를 10.6%가량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통계는 확실친 않지만 작년과 금년 사이 전체 생산비 절감이 3600억원, 금년만 해도 2000억원 정도 줄었다. 그러면 소득은 올라간다. 생산비 절감은 우리 농협의 존재가치이자 사업의 근간이라고 봐야 한다. 농협이 비료, 농약, 사료공장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가와의 대항 속에서 대량구매의 이점을 가지고 간다면 농협이 가격을 선도할 수 있다. 당장 우리가 농약값을 3% 내리니 일반 농약회사들도 같이 내렸다. 그래서 농협이 더 큰 역할을 하려면 제조업을 해야 하는 것이다.

―농촌태양광 확산을 통해 농외소득을 창출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최근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려는 분위기와도 맞아 떨어진다. 진행상황은.

▲작년 12월 한국에너지공단과 업무협약 체결 이후 농촌태양광 확산을 위해 범농협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선 굉장히 좋은 소득원이다. 농지를 보면 농사를 지어도 별 소득이 안 나는 땅들이 꽤 있고, 소득이 적어서 못 키워 버리는 논밭도 꽤 있다. 고추를 심으면 1년에 200만원이 나온다. 올해 7월 1호 준공식을 개최했다. 380평의 텃밭에서 99㎾를 생산했는데, 월 11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더라. 1300만원의 소득이 나오는거다. 고추 농사와 비교하면 10배 이상 소득이 늘어나는 셈이다. 규제사항이 있긴 한데 자기 지역 농민이 태양광하면 규제 풀어주겠다는 지자체장이 많다. 농협은 관련 대출상품과 공사업체 선정을 돕고 있다. 농협이 설치비용의 최대 80%를 지원한다. 보험 역시 최저인수금액을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농축협 담보물건은 2억원도 가능하다. 이미 신청은 300건 이상 들어왔고 민간업체 중 가장 잘하는 업체 4곳을 선정해뒀다.

―최근 현안 중 하나가 청탁금지법 개정인데, 추석 전 개정 가능성은.

▲청탁금지법의 필요성은 공감한다. 그런데 거기에 농산물이 포함되다 보니 선량한 농민들이 피해를 본다. 올해 설 국산 농축산물 선물세트 판매액을 보면 과일이 약 31%, 한우가 24%가량 감소했다. 농협매장의 설 선물세트 판매 규모는 작년 1164억원에서 금년 1091억원으로 6.4% 줄었다. 화훼가 받는 타격은 가히 충격적이다. 농민 입장에선 손질이 불가피하다. 최대한 농산물은 거기에서 제외시켰으면 좋겠고, 차선책으로 범위를 10만원으로라도 늘려달라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농협은 청탁금지법 관련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국회에 농업계 의견을 전달하고 기업상생마케팅 등 소비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청탁금지법상 국내산 농축산물 적용 제외가 중요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기를 희망한다. 올 추석 전에 개정되면 좋겠지만 법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뚝딱 바꿀 수 없지 않겠나. 걱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가장 대표적인 농정공약은 역시 쌀 직불금 관련 공약이다. 일각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도 있는데.

▲직불금은 쌀 농업에 관한 '공익적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2005년 추곡수매제 폐지 이후 쌀값은 크게 하락한 반면 생산비는 오르면서 쌀소득은 감소했다. 직불제는 추곡수매제 폐지로 인한 농가소득 감소를 보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 안처럼 목표가격 인상을 통한 실효적인 소득보전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쌀값이 안정돼야 한다. 쌀 생산조정제를 도입해 쌀 공급과잉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본다. 특히 선진국처럼 농업의 다원적 기능 확산과 농촌사회 유지를 위한 공익형 직불 확대를 통해 추가적인 농가소득 보전이 필요하다. 농업직불금 등이 포함된 정부의 재정지불액 수준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9.4% 수준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농업예산을 국가예산 증가율 이상으로 증가시켜 재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리=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특별인터뷰]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업 생산비 절감 통해, 농가소득 5000만원시대 열겠다"

김병원 회장은?
김 회장은 1978년 농협에 입사한 후 40여년을 근무한 '농협맨'이다. 말단직원으로 입사해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53년 전남 나주 남평에서 태어나 광주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전남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12년간 남평농협조합장을 3차례나 역임했으며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농협중앙회 이사를 겸임했다. 이어 NH무역과 농협양곡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1월 대의원 간선제로 진행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선돼 3월 제23대 농협중앙회장에 취임했다.
농협 역대 회장 가운데 첫 호남 출신 민선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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