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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최원태와 오타니 쇼헤이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8:24

수정 2017.08.16 18:24

한.일 고교야구 걸출한 스타지만 오타니 주목받을때 최원태 무명
80만 관중 日고시엔이 부러운 이유
8월 둘째주는 야구팬들에게 아무런 특별한 의미가 없다. 프로야구 시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아직 순위 결정은 확정되지 않았다. 가을 야구를 기다리려면 한 달 반 이상이나 남았다.

그러나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8월 둘째주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난 8일 일본 열도는 격렬한 흥분에 휩싸였다. 흔히 고시엔(甲子園)으로 불리는 제99회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가 이날 개막됐다.


그로부터 나흘 뒤. 제45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개막식이 열렸다. 한반도는 조용했다. 누구도 고교야구 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을 주목하지 않았다. 어떤 선수가 나오는지, 몇 개 학교가 출전하는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일본 간사이대학의 미야모토 교수는 최근 고시엔 대회의 경제 유발 효과가 351억엔(약 3568억원)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봄과 여름 고시엔을 합한 결과다. 매 대회 평균 관중 수는 80만명을 넘긴다.

1990년 제72회 대회엔 총 92만명의 관중이 고시엔구장을 찾았다. 일본의 NHK 방송은 첫날부터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를 생중계한다. 고시엔 대회는 한 경기가 끝날 때마다 모든 관중을 내보낸다. 그리고 다시 입장료를 받는다. 3500억원 안에는 입장료는 물론 야구팬들이 쓰는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기타 대회 관련 상품 구입비 등이 포함돼 있다. 봉황대기의 경제 유발 효과가 얼마인지 궁금하다.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 파이터스)는 2013년 입단 당시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가 고교야구 시절 최고 구속 160㎞의 강속구를 던져서가 아니다. 그는 고시엔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이미 최고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그러니 어느 구단에 입단할지, 혹 메이저리그로 직행하지 않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렸다. 일본 프로야구는 매년 고시엔의 스타를 받아들인다. 별도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팬들 스스로 야단이다.

최원태(20.넥센 히어로즈)는 고교(서울고) 시절 최고의 스타였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졌다. 그러나 한국 야구팬들은 그의 존재를 몰랐다. 프로에 와서야 비로소 최원태를 알게 됐다.

최원태는 지난 13일 10승을 기록했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오타니는 입단 3년차에 15승을 올렸다. 2년차에도 11승을 거두었으니 최원태보다 이른 성장기다. 그러나 스타성에서는 비교가 안 된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의 나무들은 키가 크다. 반면 뿌리는 얕다. 큰 바람이 없는 탓에 얕은 뿌리로도 잘 지내왔다. 몇 해 전 겨울 폭풍으로 밴쿠버의 자랑인 스탠리 파크의 나무들이 마구 쓰러졌다.
뿌리가 깊지 않은 나무는 바람에 약하다. 언제 쓰러질지 모른다.
고교야구의 뒷받침 없이 프로야구의 번영을 바라는 것은 과한 욕심이다.

texan50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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