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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안정적인 기관·外人 참여 유도해 파생상품시장 활성화 이끌것"

박지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8:07

수정 2017.08.16 18:07

증시 호황에 비해 변동성 줄어.. 세계 거래소들 합종연횡처럼 '유동성 확보' 시급한 과제로
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사진=서동일 기자
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사진=서동일 기자

"올해 들어 코스피지수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호황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 주식시장의 온기가 파생상품시장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200선물.옵션 등 주요 상품의 거래규모는 정체된 상태다."

정창희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장(부이사장.사진)은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아쉬움을 토로했다. 국내 파생상품시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고, 투자자 보호 등 챙겨야 할 과제도 산더미라는 지적이다.

코스피200선물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17조원에서 올해 상반기 16조4000억원으로 줄었다. 지난 7월에는 13조9000억원으로 더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200옵션의 일평균 거래대금 역시 지난해 5121억원에서 7월 기준 4317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거래대금이 줄어든 이유는 증시 호황에 비해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파생거래량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장 변동성이 크게 줄었다"며 "파생상품의 특성상 기초자산 가격이 한 방향으로 급작스럽게 변동하는 경우 시장 거래규모 증대는 일정 한계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200의 시장 변동성은 지난 2011년 27%에서 지난해 12.7%로 감소한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까지 한 자릿수(9%)로 줄었다.

그러나 정 본부장은 "향후 기초자산시장인 증권시장이 대내외 경제환경 변화를 신속히 반영하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일 경우 파생상품시장의 거래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동성, 투자자 보호가 과제

정 본부장은 변동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 '유동성'을 꼽았다. 그는 "위험관리(헤지) 목적의 헤지거래는 단발성 거래이고, 차익거래도 차익기회 발생 시에 이뤄지는 거래여서 헤지거래와 차익거래만으로는 유동성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세계 거래소들이 합종 연횡을 많이 하는 이유도 결국은 유동성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이어 "한국거래소 역시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과 함께 거래승수 인하, 투자자 진입규제 개선, 외국인통합계좌.헤지전용계좌 도입, 신상품 상장 등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며 "새 제도가 시장에 정착하는데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3.4분기 이후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금융감독원과 개별계좌에서 통합계좌로 계좌 체계가 변화한 외국인통합계좌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자의 법률 검토 및 시스템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 이 작업은 오는 3.4분기 완료될 예정이다.

'투자자 보호' 역시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신경써야 할 부분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위기를 비롯해 키코 사태 등 일련의 사태들이 발생하면서 파생상품시장 투자에 대한 일반투자자들의 두려움이 더욱 증폭됐다. 그러면서 파생시장 투자자를 위한 보호장벽이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졌다.

우선 현재 파생상품시장의 개인투자자 진입규제는 일반개인투자자와 전문개인투자자를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일반개인투자자는 교육과 모의거래 이수 및 높은 수준의 기본예탁금(3000만원) 납부 등을 통해 무분별한 시장진입을 방지하고 있다"며 "전문개인투자자(금융상품 5억원 이상 보유)는 교육과 모의거래 이수 의무가 없고, 낮은 수준의 기본예탁금(1500만원)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입장벽으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일반개인투자자 중 일부는 진입규제가 낮은 해외시장으로 이탈하면서 개인투자자 보호가 오히려 취약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반개인투자자와 전문개인투자자를 구분하는 기준을 합리화해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국내 투자자의 해외파생상품 거래규모는 주식파생의 경우 지난 2011년 457억달러에서 2013년 2571억달러, 지난해에는 1조708억달러까지 불어나며 2011년 대비 23.4배나 증가했다. 금융.일반파생 분야도 2011년 1조3267억달러에서 2016년 1조7618억달러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기관의 시장참여 이끌어낼 것

정 본부장은 "교육의무 면제 대상에 해외파생상품 거래경험자, 금융.경제 관련 석.박사 학위자, 교수.연구원 등 전문가를 포함시키고, 금투업자 자체 모의거래 시스템을 활용한 모의거래 참여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개인투자자의 요건을 합리화해 파생상품 관련 전문지식과 자본력을 갖춘 개인이 자기책임 하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파생상품시장에 투자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시장 조성'과 '매력적인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정 본부장은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개인도 필요하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최근 기관과 외국인의 거래규모가 위축되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기관수요에 맞는 협의대량거래와 장기결제월을 확대하는 등 기관 중심의 시장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향후 금융투자업자의 시장조성 기능을 활성화해 기관의 안정적인 시장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외국인의 거래불편 해소를 위해 지난 6월 외국인통합계좌(옴니버스계좌)를 도입하는 등 외국인의 시장접근성 제고를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관대상으로 신규 투자자를 유치하고, 상품과 제도 등 글로벌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새로운 제도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며 "파생상품시장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금융당국 및 금융투자업계와 함께 추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pja@fnnews.com 박지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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