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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자 이해진은 왜, 네이버 주인이 아니라 했나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54

수정 2017.08.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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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개인 아닌 법인이 계열사 거느린 구조"
공정위 준대기업집단 지정 앞두고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 요청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 네이버를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공정위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공정위는 내달 1일 자산 5조~10조원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및 의무 공시 대상 기업집단을 지정, 발표하겠다고 일정을 정해놨는데, 네이버는 대기업의 법적 동일인(총수)을 이해진 창업자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지정해달라는 입장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이해진 창업자의 요청이 사실상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창업자의 지분율이 4% 수준으로 낮지만 사실상 네이버의 임원선임이나 사업확장 등 주요 이사회 의사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진 창업자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공정위를 깜짝방문해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해진 창업자, 공정위 찾아 "네이버는 내 회사 아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지난 14일 네이버 박상진 최고재무책임자(CFO), 정연아 법무담당이사 등과 함께 공정위 기업집단과를 찾았다.
이날 만남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신동권 공정위 사무처장도 함께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정위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는데, 현재 네이버 자산총액은 4조8000억원 선으로 알려져 이르면 이달 중 5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공정위가 대기업의 총수를 지정하는 이유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준대기업집단은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적용된다.

여기서 등장하는 총수는 기업집단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총수를 핵심 축으로 하는 기업집단의 범위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장치로 기업집단을 지정할 때 동일인도 함께 지정되는 구조다. 동일인은 이해진 창업자의 요청대로 법인이 될 수도 있고 자연인도 가능하다. 그동안에는 국내 기업집단 가운데 포스코와 KT처럼 주인이 없는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왔다.

■네이버 "이해진 아닌 네이버가 계열사 거느린 구조"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 잣대로 네이버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게 근본 이유다. 실제 이해진 창업자의 네이버 지분은 4.64%에 불과해 최대주주가 아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61%), 에버딘애셋매니지먼트(5.04%),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보다 낮다. 여기다 가족이나 친족들의 지분 참여도 전혀 없다.

이해진 창업자는 네이버의 계열사인 라인이나 스노우 등의 지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네이버의 계열사들은 모기업인 네이버가 대부분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게다가 이해진 창업자는 변대규 휴맥스 대표에게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도 넘기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지분 분산 구조를 이루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한 네이버를 재벌기업 규제를 위한 기존 틀에 맞추는 것은 맞지 않다"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처럼 네이버를 규정한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질적 영향력도 동일인 판단 근거" 공정위 결정은?

네이버의 이 같은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이해진 창업자의 총수 지정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치 않다. 지분율이 기업집단 총수 지정의 중요 판단기준이긴 하지만 현실적인 영향력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해진 창업자를 총수 지정에서 제외하면 향후 다른 기업들과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네이버 직원이나 동종업계 종사자들은 네이버의 사실상 소유주이자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이해진 창업자라고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해진 창업자가 "네이버는 내 회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녹색소비자연대 ICT정책연구소 윤문용 정책국장은 "이해진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 것은 책임경영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보여진다"며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바탕으로 공정위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허준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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