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집 살 기회 많아졌지만 대출 벽 어쩌나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46

수정 2017.08.16 17:46

소형 등 청약 가점 확대에 살수요자 내집마련 기회 ↑
대출한도 낮아 분양 받아도 자금 여력 안된다는 지적
정부가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을 팔게 하고, 갭투자를 원천 차단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높이는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실제 실수요자들이 지금이 주택을 구매할 적기인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무주택자들은 혜택이 늘고, 상대적으로 다주택자는 신규 분양 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청약경쟁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서울 등 투기지역에서 실수요자를 포함해 대출규제를 크게 강화하면서 오히려 투자자 보다 여유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실수요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이 되레 자금력이 좋은 일부 자산가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다.

■서울 신규분양 소형은 100% 가점제… 장기 무주택자 유리

16일 업계에 따르면 8.2 부동산대책이 나온지 보름이 지났지만 시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집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시장 추이를 살피느라 거래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셈법도 더 복잡해졌다.

우선 청약 문턱이 높아지면서 부양가족이 많은 장기 무주택자는 신규분양에서 당첨 확률이 훨씬 높아졌다. 1순위 자격 요건이 한층 강화된데다 추첨제를 줄이고 가점제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은 전체 지역이 청약통장 가입 2년이 지나야 1순위 요건을 갖출 수 있고 전용 85㎡ 이하 소형은 100% 가점제가 적용된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실수요자의 기준을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 등으로 한정 짓고 본다면 2~3주택 이상 주택, 분양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과도한 시장 진입을 제어한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으로 실수요자들의 기회가 많아 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규제지역 내에서 전용 85㎡이하의 가점제 강화가 무주택기간이 오랜 무주택자에게 유리한 점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점제 비율 상향은 1인가구 등 젊은층에게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무주택기간 산정이 무주택세대주로 지낸 기간과 관계없이 만 30세 이상부터 책정된다는 점에서 젊은층의 경우 가점으로 청약을 받을 확률은 거의 없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출한도 축소, 집값 하락 유도 등은 악재

대출한도 축소로 인해 분양을 받아도 자금 여력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전체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60%와 50%에서 40%로 낮췄기 때문이다.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생애최초구입자는 8000만원)이하, 6억원 이하 주택 구매시엔 50%까지 높여주겠다고 했지만 올 초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때에 비하면 1억원 이상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리얼투데이 양지영 리서치본부장은 "무주택자들에게 기회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서울이나 서울 접근성이 높은 수도권에서 물량이 그만큼 나와야 하는데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고, 대출과 금리 조건은 전보다 악화되지 않았냐"면서 "주택 가격의 하락이 당장 기회가 될 것 같지만 시기를 잘 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양 본부장은 이어 "다만 하반기에 입주물량이 쏟아지게 되면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경매나 급매 기회도 전보다는 많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 떨어뜨리겠다"라고 공언한 점에 주목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는 "집을 살때는 당연히 자산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도 갖고 있는 것인데 집값 떨어뜨릴테니 무주택자들은 빨리 사라고 하면 누가 움직이겠냐"면서 "더구나 보유세가 인상될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는 그냥 지켜보자는 심리가 발동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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