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안전자산, 美국채·달러보다 금·유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6 17:33

수정 2017.08.16 17:33

美 재정절벽·북핵 위기로.. 달러·美국채 리스크 부각
유로화, 유동성 커져 매력적.. 금 투자는 전통적 안전자산
안전자산, 美국채·달러보다 금·유로

안전자산, 美국채·달러보다 금·유로

금융 시장의 주요 변수로 북한위기와 다음달 예정된 미국의 재정적자 한도 증액 이슈가 부각되면서 달러와 미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북한위기가 고조되면 미국이 직접 연관돼 있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달러나 미 국채를 사두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대신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금, 또 달러를 대신해 유로를 사들일 것을 전문가들이 권고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WSJ에 따르면 시장이 직면해 있는 최대 위협 2개는 모두 미국이 직접 당사자다. 특히 다음달 미 연방정부 재정적자 한도를 의회가 증액하지 않으면 미 정부 지출이 막힌다. 지불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된다.


상승세가 멈췄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을 둘러싼 위기도 여전하다. 북한위기는 지난주 뉴욕증시의 사상최고치 행진을 멈춰서게 하는 등 금융시장을 흔들었다.

시장이 불안하면 투자자들은 통상 미 국채를 사들인다. 미 국채는 시장 규모가 거대해 유동성이 풍부한데다 미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시장이 불안할 때면 투자자들이 몰리는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 역할을 해왔다.

미 국채 매수는 결국 미 달러 매수와 다르지 않다. 국채를 사들인 돈은 달러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 시장이 맞닥뜨리고 있는 변수가 미국발, 또는 미국과 직접 연관된 변수라는 점에서 달러 투자는 리스크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재정절벽 문제는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싸우는 모양새라기보다 민주.공화 양당간 다툼에 공화당의 내분이 겹쳐있는 형태다. 민주당 의원들은 재정한도 확대를 내주되 공화당으로부터 양보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협상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임을 예고한다.

게다가 공화당은 당 내부에서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일부 강경 보수파 공화당 의원들은 재정적자를 줄이겠다는 강도 높은 긴축약속이 없다면 재정한도 증액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 정부의 국채 지급보증 약속에 시장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되고, 미 국채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될 수 없다.

금, 유로를 사들이라는 권고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 달리오는 재정한도 증액과 북한 상황이 위기로 치달을 때 그 위험을 분산하려면 금을 사라고 권고했다. 달리오는 "자산 포트폴리오에 금이 5~10% 비중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재고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다른 대안은 유로다. 달러에 이른 세계 2위 통화로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금융시장의 높은 유동성이 장점이다. 게다가 2년전 취약세에서 벗어나 미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유로존 경제회복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시장이 여전히 미 국채에 매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2011년 재정한도 증액이 공화당의 반대로 막히면서 미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시퀘스터가 시장을 강타했지만 투자자들은 역설적이게도 달러와 미 국채에 몰렸다.


2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16%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휘청거렸지만 달러와 미 국채 가격은 급등했다.

또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그 진원지가 미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달러와 미 국채를 사들였다.
한편 최근에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가 안전자산으로 추가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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