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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속 독일 기자는 진짜 '호구' 였을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2 12:00 수정 : 2017.08.12 12:00
/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아니 어떤 호구가 하루에 택시비를 십만원이나 준다요?"

이 대사는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극중 김만섭(송강호 분)이 기사식당에서 다른 택시 기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장면에서 나온다. 김만섭은 친구이자 자신이 사는 집의 집주인인 상구 아빠와 밥을 먹다가 다른 택시 기사의 대화를 듣곤 이 호구를 찾아 길을 나선다.

이 영화에서 10만원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를 가진다. 택시 기사인 김만섭에겐 다른 택시기사의 손님을 가로채고 싶은 유혹의 돈이며 상구 엄마에겐 김만섭에게 밀린 방세였다.

또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 분)가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로 가기 위해 택시 기사에게 제시한 돈도 10만원이다.

1972년 경부고속도로의 모습 /사진=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택시기사 김만섭이 손님인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택시에 태우러 잡아끌고 있다/사진=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이미지

■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는 진짜 '호구' 였을까
택시 기사들 사이에선 서울에서 광주까지 10만원을 주는 손님을 두고 '호구'라 했다. 힌츠페터 기자가 진짜 호구일지 아닌지 당시 택시 요금을 바탕으로 확인해봤다.

영화의 배경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1980년이다. 1980년 2월 1일 자 '동아일보' 신문에는 '공산품 오늘부터 교통 요금은 5일 공산품·택시 요금 등 인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신문에서 '정부는 택시요금은 25% 인상, 기본요금(2km)을 현재 400원에서 500원으로, 주행요금(400m) 40원에서 50원으로 각각 올린다'는 대목을 볼 수 있다.

김만섭이 힌츠페터 기자를 처음 만난 장소는 극장 앞이다. 그래서 당시 서울의 대표적 극장인 대한극장에서 광주시 옛 전남도청까지 택시 미터기 기준으로 단순 계산해봤다. 노선은 경부와 호남고속도로를 통과하는 경로로 그 거리가 약 338km다.

그 결과, 주행요금 4만2000원에 기본요금 500원을 더해 편도요금만 약 4만2500원이다. 왕복 요금일 때는 8만5000원이 된다.

하지만 당시 광주는 계엄군에 의해 일반 도로가 모두 막혔다. 그래서 택시는 시골길을 달리고 산을 넘어 어렵사리 시내로 진입했다. 거기에 도착 당일 광주 시내를 돌고 그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광주를 뱅뱅 돌아 그 거리를 알 수 없는 만큼 주행을 거듭했다.

이를 감안할 때 택시미터기 기준으로 힌츠페터 기자에게 10만원으로 당일 광주행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 셈이다.

오히려 기름값이며 고속도로 요금 둥을 차치하고도 장거리 운전으로 고장이 난 택시의 수리비만 해도 이번 거래는 택시기사가 손해 본 장사였다.

한편, 네이버 지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광주까지의 택시 요금은 약 26만640원으로 나타났다. 왕복은 약 52만1280원이다. 또 현재 서울시 택시요금은 중형 기준 기본요금 2km에 3000원, 주행요금 142m 당 100원이다.

/사진= 한국은행 화폐가치계산 서비스

■ 당시 10만원의 현재 화폐가치는 얼마일까
한국은행 화폐가치 서비스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1980년 5월에서 2016년 5월까지 물가상승배수는 4.630배 상승했으며 당시 10만원은 현재 46만3000원으로 환산된다.


또 '쌀'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물가상승배수는 3.280배 상승했으며 당시 10만원은 현재 32만8000원으로 환산된다.

통계청은 해당 서비스에서 ''화폐가치'는 물가의 변동에 따라 변화하며 화폐가치 변동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품목들의 전반적인 물가변화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를 이용하여 화폐가치 변동을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으며 소비자물가지수 외에 생산자물가지수, 쌀, 금 가격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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