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남북 외교라인 새정부 첫 접촉.. 文 베를린 구상 입장차만 확인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7 17:58

수정 2017.08.07 21:59

강경화-리용호 마닐라 조우.. 南 “대화” 北 “진정성 결여”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여하는 북한 대표단의 대변인을 자처한 방광혁 북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이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방 부국장이 들고 있는 서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의견을 담은 ARF 회견문.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여하는 북한 대표단의 대변인을 자처한 방광혁 북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이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방 부국장이 들고 있는 서류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북한의 의견을 담은 ARF 회견문. 사진=외교부 공동취재단.
【 마닐라(필리핀)=박소연 기자】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리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대화를 나눴다. 남북 각료급 당국자로서는 물론 양측 인사로도 새 정부 들어 첫 접촉이다.

조우에 가까웠던 '3분 짜리' 대화는 그러나 우리 정부 대북 구상에 대한 두 사람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났다. 강 장관이 리 외무상에게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에 대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하자 리 외무상은 "제안의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후속조치로 우리 정부가 지난달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에 대해 북한이 사실상 국제제재를 이유로 이를 꺼리고 있다는 입장이 북측 고위당국자의 육성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강 장관은 7일(현지시간)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한·미·일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 신정부의 베를린 구상과 후속조치 차원의 대북 제안에 대해 북측이 아직까지 아무런 호응이 없다"면서 "정치적 고려를 떠나 시급한 일인데 조속한 호응을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은 이에 대해 남측이 미국과 공조하에 대북압박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측의 대북 제안에는 진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했다고 강 장관은 말했다. 강 장관은 리 외무상에 "이 두 가지는 시급하고 어떤 정치적 사안을 제쳐두고 당장 시행해야 할 사안이니 적극 호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북한 대표단은 이날도 의도적으로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 비판에만 열중했다. 기자회견도 리용호 외무상이 아닌 대표단 대변인을 맡은 방광혁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국 부국장이 나섰다.
리 외무상은 이날 ARF 본회의가 채 끝나기도 전에 숙소로 돌아와 아무 말 없이 들어갔고, 대신 방 부국장이 기자들에게 "한반도 문제가 오늘의 지경에 이른 것은 전적으로 미국 때문"이라고 힐난했다.ps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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