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넷 은행 출범… 은산분리 완화 논란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8:03

수정 2017.08.06 22:26

"지분 제한에 자본확충 한계" vs. "산업자본 사금고화 우려"
찬성측 주장, 4차 산업혁명 시대 낡은 규제
선진국에선 지분 소유 가능.. 금융엔 기회 산업은 영역확대
반대측 주장.. 은행의 공적 자금 성격 훼손
경험 없는 산업자본 리스크 커.. 상품개발 등 인식전환 우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터넷 은행 출범… 은산분리 완화 논란


지난 4월 출범한 케이뱅크는 두달 만에 연간 목표치인 예금 5000억원, 대출 4000억원을 달성했다. 지난달 27일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1주일 만에 신규 계좌 개설 151만좌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여신 규모 역시 5000억원을 넘었다.

이 두 은행은 기존 은행과는 차별화되는 금리 혜택과 편리한 서비스 등으로 금융 소비자의 눈길을 단숨에 끌어모았다. 하지만 금융 이용자들이 더욱 폭넓게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자본금을 늘려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럼에도 증자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여전히 국회에 발목을 잡혀 있다.
은행법에서는 대기업의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의 10% 이하(의결권 지분 4% 이하)로만 소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른바 재벌 등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를 방지하기 위한 '은산분리제도'다. 산업자본이 예금자의 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로 이 제도는 여전히 유효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낮은 인터넷전문은행까지도 이 제도를 적용해야 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 이용자의 편의성, 산업자본의 경영참여 가능성 및 기존 은행과의 형평성 등을 놓고 어느 쪽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뒤처지는 낡은 제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늘어나는 이용객과 대출 규모에도 '씁쓸한 미소'를 짓고 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대출 증가 속도로 자본여력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각각 3000억원과 2500억원 규모의 자본으로 출범했다. 실제로 지난달 1일 케이뱅크는 신용대출상품 '직장인K' 판매를 중단했고, 카카오뱅크는 지난 2일 마이너스통장의 신용등급별 대출 한도를 축소했다.

이 때문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쉽지 않다. 케이뱅크는 KT가 설립을 주도했지만 은산분리 규제로 지분을 8%만 보유하고 있다. KT의 지분을 늘리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자본 확충은 어렵다.

한국금융지주가 58%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는 유상증자에 문제가 없어 상황은 비교적 나쁘지 않다. 하지만 카카오뱅크 역시 근본적.장기적으로 은산분리 완화를 반기지 않을 이유는 없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한국금융지주가 최대주주이기 때문에 증자에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물론 우리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는 것을 바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의결권 지분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법 개정안과 34%까지 허용하고 5년마다 재심사를 받게 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금융당국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와 관련, "은산분리는 국회에서 해결해줘야 할 문제"라며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 외에 은산분리 해결방안을 따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행 은산분리법과 같은) 낡은 제도로는 4차 산업혁명 금융시대에서 뒤처지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금융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금융은 새로운 자본확충을 통한 발전 기회를, 산업은 새로운 영역으로 진출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유럽에서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소유 한도가 각각 20%, 50%로 제한돼 있지만 감독당국의 승인만 받으면 그 이상의 지분소유도 가능하다.

특히 일본은 라쿠텐과 소니가 은행 지분 100%를 소유한 라쿠텐뱅크와 소니뱅크, 야후가 41.2% 지분을 소유한 재팬네트뱅크가 신(新)금융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사(私)금고화…공공성 훼손 우려

반면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주장의 골자는 역시 '은행의 사(私)금고화' 문제다.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지주가 되면 예금자의 돈을 사적으로 유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금융권에서 은산분리 완화의 목소리가 커지자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은산분리 완화보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은산분리가 은행산업 발전의 장애물이라는 인식은 맞지 않다"며 "은행의 경쟁력은 상품 개발능력.자산 운용능력 등에서 나오는 것이다. 은산분리 완화만이 은행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업에 뛰어들면 은행 경영에 대한 경력 부족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 경영 실패는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야기하고 국가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997년과 2008년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의 경영 실패가 가진 파급력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산업의 은행 경영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은행업계가 수십년간 쌓아온 경험은 분명 무시하지 못할 자산"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 은행은 미국 은행과는 달리 공적 역할도 하고 있어 지금 상황에서는 은행업.금융업 안정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가 분명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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