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선제압은 한미에서 먼저 나섰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 철광석, 납, 납광석, 해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6일(현지시간) 통과시키는데 성공했다. 결의안은 또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신규 해외 노동자 송출도 차단했다.
여기에 출범 초기부터 외교보폭을 아세안으로 넓힌 덕분에 아세안을 설득해 북한 문제에 대한 별도 성명을 내놓는데도 성공했다. 모두 리용호 외무상이 마닐라에 도착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입 한 번 떼기 전에 일사분란하게 이뤄진 일이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세안 회원국 지도자들과 북한의 핵 위협 공조를 논의하고 북한과의 관계단절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도 새 정부 출범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아세안 특사로 보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정기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재고 등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하고자 하는 그동안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설명했다.
■ 한미 외교장관 "대북 결의 잘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을 갖고 취재진과 만나 "유엔 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2371호)의 성공적 채택에 대해서, 또 그 과정에서 저희와 긴밀히 협의한 데 대해서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논의 내용이 아주 풍부하고 좋았다"며 "결의 내용에 상당히 중요하고 실질적 효과있는 내용 담겨있어서 틸러슨 장관도 굉장히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남북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제가 (틸러슨 장관에게) 추가설명을 드렸다"며 "저희가 대화를 제안했던 취지, 지극히 인도주의적 취지의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시작하는 문제, 군사적 긴장상태를 관리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간 접촉 재개 문제에 대해 제가 말씀드렸고 (틸러슨 장관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북한 대표단에서 강 장관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리용호 외무상과)자연스럽게 조우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왜 만나기 싫은지 좀 물어봐 달라"며 넘어갔다.
■아세안 "北 ICBM 우려" 별도 성명
전날 행사 주최 측인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리 외무상이 현지에 도착하기 수시간 전, 북한 도발을 우려하는 별도 성명을 전격 채택한 것도 대북압박 외교의 일환이다. 아세안 장관들은 한반도문제 별도성명에서 "7월 4일과 28일 진행된 북한의 ICBM 실험과 2016년 있었던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데 거듭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특히 "우리는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시키고 대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을 지지하는 문구로 읽힌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화, 안정 및 번영이라는 ARF의 비전 실현 위해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못박았다.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강력히 주장한 북한의 ARF 참가자격 박탈요구를 피하는 대신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동으로 외교전을 시작한 북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ARF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가 주목된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와 함께 아세안 측의 우호적 분위기까지 겹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그동안처럼 ARF 의장성명에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을 지적하는 문구를 반영하려고 시도할지 관심이다. 리 외무상은 지난 3월 말 아세안 사무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반도'핵 재앙'을 막기 위해 자신들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올해 ARF 개최에 앞서서도 최희철 외무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사전에 파견해 이견 조율을 시도하기도 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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