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北과 대화 가능성 언급한 美, 한국과 대북정책 공조 나서나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2 17:33

수정 2017.08.02 17:33

北 ICBM 2차 발사 감행 후 "어느 시점에 대화하고 싶다"
美 틸러슨 국무장관 언급, 중국에 협조 압력 의도도
北 참여 역내 다자협의체 ARF 7~8일 마닐라서 열려
'베를린 구상' 동력 이어갈 대북전략 조율 나올지 관심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새로운 대북전략을 짜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연합뉴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미국은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원칙을 재확인했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도발로 북한의 정권교체를 목표로 새로운 대북전략을 짜야 한다는 일각의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북한이 두 차례에 걸쳐 미국 본토를 타격권으로 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미사일 발사를 감행하면서 미국발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대화'를 꺼내들면서 동북아 정세가 또다시 꿈틀대고 있다.

틸러슨 장관의 '북한과 대화' 언급은 북한 미사일 도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의 동력은 유지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만큼 다음주로 예정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 간 대북정책 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 주목된다.


■틸러슨 "어느 시점에 北과 대화하고 싶다"

틸러슨 장관은 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느 시점에 북한과 (테이블 앞에) 앉아서 북한이 추구하는 안보와 경제적 번영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의 교체나 붕괴, 선제공격 등은 미국의 목표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 같은 미 국무부의 입장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미국 조야에서 북한 '레짐 체인지(정권교체)' '미·중 빅딜설' 등으로 긴장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나온 것으로 주목됐다.

틸러슨 장관이 이날 대화를 언급한 것은 미국 정부 입장에서도 핵.미사일 고도화를 향해 달려가는 북한을 막기 위한 방도가 마땅치 않은 데다 잔뜩 고조된 위기 분위기를 환기해 중국의 대북압박을 촉구하기 위한 의도 등으로 분석된다.

국립외교원 김현욱 교수는 "미국도 뾰족한 수가 없는 입장"이라면서 "아직은 시기상조이지만 슬슬 미국 정부 내에서도 대화론이 피어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마땅한 대책 없이 미국, 중국, 북한이 서로 갈 길을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RF 계기, 대북정책 공조 '관심'

당장은 아니지만 틸러슨 장관이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인 '최대의 압박과 관여'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만큼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동력을 이어나가겠다는 우리 정부와의 정책 조율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후 미 조야의 목소리들이 우리 정부 입장과 워낙 다른 탓에 불거진 '코리아 패싱'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오는 7∼8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ARF에서 미국.중국.일본 등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중이다. 틸러슨 장관이 대화를 언급하면서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대북제재 방안에 더해 북핵을 동결하고 대화로 복귀시킬 공동의 전략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유일하게 참여하는 역내 다자협의체인 ARF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중.일 등 주요국과 아세안 국가 등 총 15개국과 양자 외교장관 회담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미사일에 대한 대응논의를 위해 한·미·일 3국 외교장관이 별도 회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의 조우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워낙 많은 회의가 연속으로 열리는 탓에 두 사람이 어떤 형태로든 조우할 수밖에 없지만 '의미있는 만남'이 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회의에서 남북 외교장관이 따로 만난다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첫 남북 당국 간 대화가 된다. 다만 틸러슨 장관의 '대화' 발언으로 관심이 모이는 북·미 외교장관 간 만남 가능성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장성명에 '대화' 들어갈까

ARF의 최종 성과물인 의장성명에 '대북 유화적 메시지'가 포함될지도 주목된다. 당초 우리 정부는 북한 핵.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면서도 대화.제재 병행을 담은 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북한의 ICBM 도발로 궤도수정이 불가피해 보였다.

정부 당국자는 전날까지도 "ICBM은 미국에는 우리가 핵실험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의 충격과 유사하다"고 하면서 대화.제재 병행을 담은 '베를린 구상'이 성명에 반영되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틸러슨 장관이 '대화' 발언을 꺼내면서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이 다소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당장은 미국도 강력한 대북제재를 요구할 수밖에 없어 성명에 유화 메시지가 들어가긴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더군다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성명에 관철시키지 못한 미국의 '적대시 정책' 때문에 핵무기와 ICBM 개발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파고들 것으로 보이고, 중국.러시아는 제재보다는 대화를 통한 해법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장성명 문구에 관심이 모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멈춰야 한다는 입장은 다른 아세안 국가들과 같다"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대통령이 베를린 연설에서 밝힌 부분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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