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공사 난동승객 탑승 거부 ‘노플라이(No-Fly)’ 제도 도입

조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6 17:53

수정 2017.07.1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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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승무원의 안전 보호" vs. "민간 항공사의 권한 남용"
찬성측 주장
기내 안전 사전 확보 가능, 다수 고객의 권익도 보호
반대측 주장
계도기간 없이 성급한 판단, 일부 승객들에 역차별 우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서울 공항동 객실훈련센터에서 전기충격기와 포승줄 등을 사용해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이 서울 공항동 객실훈련센터에서 전기충격기와 포승줄 등을 사용해 기내 난동 승객을 제압하는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항공사 난동승객 탑승 거부 ‘노플라이(No-Fly)’ 제도 도입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암암리에 운영하고 있던 블랙리스트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기내에서 난동을 부린 승객을 탑승시키지 않는 '노플라이(No-Fly)' 제도를 지난달 중순부터 도입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시행하고 있는 노플라이 제도는 일본항공, 델타항공, 네덜란드항공 등에서도 운영하고 있다.

탑승거부 대상은 폭행이나 성추행 등 형사처벌이 가능한 중대 불법행위를 한 승객이다.
구체적으로는 △신체접촉을 수반한 폭행 △성추행 등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야기하는 행위 △욕설.폭언.손괴 등 지속적 업무방해로 형사처벌 대상 행위를 한 승객 등이다. 제재기간은 항공사 내부 심사를 거쳐 행위의 심각성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눈 후 각각 3년.5년.영구 탑승거절 조치가 취해질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국내항공 운송약관을 개정해 항공사가 탑승수속 시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승객의 탑승을 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기내 난동을 벌이는 승객을 내리게 하고 고소도 가능하도록 바꿨다. 항공보안법(제23조7항)엔 항공운송사업자가 탑승거부를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고객.승무원 안전.권리 보호

최근 기내 난동 등 불법행위에 대한 적극적 대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항공기에서 불법행위를 저질러 공항경찰대로 인계된 현황을 보면 지난 2012년 40건에서 지난해 443건으로 5년새 11배이상 늘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시행하고 있는 탑승 거부 제도에 대해 항공 안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는 승객의 탑승을 거절시켜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도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노플라이 제도 도입에 대해 여론은 대체적으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기내 안전을 사전에 확보할 수 있고, 선의의 다수고객 권익도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강력한 경고 효과로 현장 질서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다.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모씨(28)는 "기내 난동이나 폭력행위는 다른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행위"라며 "사전에 방지할 수만 있다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항공기 내 폭행.협박.업무방해 등에 최대 20년의 징역을 선고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지난 3월 기내 불법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항공보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항공기의 보안이나 운항을 저해하는 폭행 등의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최모씨(35)는 "선진국에선 기내 난동을 테러로 규정하고 처벌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면서 "항공기내 난동 행위에 대한 처벌을 더욱 강화해 경각심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제재.권한남용

항공사의 전면적 승객 탑승거부 제도 시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민간 항공사가 직접 제재에 나서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다른 항공사로 제도 시행이 확산될 경우 지나친 이동권 제한의 역효과가 발생하는 등 권한남용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행기를 타지 않고는 해외로 나가기 어렵다는 실정을 감안할 때 국적 항공사의 탑승 거부는 이동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정 기간 계도기간을 거친 후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기 구리에 거주하는 한모씨(52)는 "잘못을 반성하더라도 항공사에 의해 탑승거부를 당하면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지나친 제재로 비칠 수 있다"며 "제재를 가하기 전 일정의 계도 기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 제도가 모든 승객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으로 실시될 가능성도 우려한다.

서울에 사는 노모씨(34)는 "탑승을 거부한다고 하지만 일부 부유한 사람에게도 제대로 적용될지 의문"이라며 "항공사 마음대로 고무줄 잣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닌지 승객 입장에선 확인할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항공대 황호원 교수는 "'사적보복의 금지'를 금하는 현행 법체계에서 불법행위자를 민간항공사가 공개하고 정죄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이용한 권리남용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gmin@fnnews.com 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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