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 스포트라이트 장기실종아동, 그들은 어디에] "성인이 된 애가 유전자 검사를 하면 우리를 찾을텐데…"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4 17:41

수정 2017.04.24 22:12

3. 유전자 채취가 유일한 희망… 역으로 찾아주길
1년 이상 장기 실종 483명 유전자 검사 외에 방법 없어
경찰 유전자 정보 DB 구축 장기실종아동 정보는 부족
1993년 대구에 살던 이모씨(52)는 어려운 형편으로 뇌병변 장애를 가진 아들과 헤어졌다. 서로의 생사도 알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지만 아들을 잊을 수 없었던 이씨는 최근 대구 수성경찰서를 방문해 도움을 청했다. 경찰은 이씨 아들이 장애인 보호시설에 있을 것으로 추정, 이씨 동의를 얻어 유전자(DNA)를 채취했다. 경찰은 유전자 채취 결과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사람이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이씨는 지난 13일 대구 모 보호시설에서 24년 만에 극적으로 아들을 만날 수 있었다.
[fn 스포트라이트 장기실종아동, 그들은 어디에] "성인이 된 애가 유전자 검사를 하면 우리를 찾을텐데…"
장기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가족들은 다방면으로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종아동을 찾을 확률은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실종아동에 대한 단서가 부족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유전자 검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마음은 더욱 타들어간다.

■경찰 실종수사전담팀 활약…발견율 상승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2005년 실종아동등의보호및지원에관한법률(실종아동법) 제정 이후 전국 지방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에 실종수사전담팀을 편성, 현재 2400여명의 경찰관이 실종사건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2015년 2월부터는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신설되면서 기존 형사과가 담당하던 실종사건 관련 수사를 전담하고 있다. 실종수사전담팀은 112신고가 접수되면 수색 및 수사에 착수한다. 전담팀은 의료기록과 근로기록, 출입국내역 조회 등을 통한 추적을 벌이고 보호시설을 방문, 입소 중인 무연고자 등을 만나 대조작업도 한다. 전담팀의 활약으로 최근 실종아동 대부분은 조기에 발견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1년 이상 장기 실종아동은 483명으로 전년도 712명에 비해 32.2% 감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종아동이 대부분 조기에 발견되고 발견율도 지속적으로 상승 중"이라며 "지난해 기준 1일 이내 발견율은 81.6%, 1주 이내 발견율은 92.1%"라고 전했다.

■유전자로 398건 찾아…실종아동 유전자 채취 필수

실종아동 발견율 상승에도 장기실종아동을 찾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특히 초동수사가 절대적인 실종사건 특성상 10년 이상 장기실종아동 발견은 쉽지 않다. 장기실종아동 483명 중 10년 이상 실종자는 357명. 이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유전자 검사 외에는 없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종아동법에 따라 경찰은 유전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상호 대조를 통해 가족을 찾아주고 있다. 2004년 시행 이후 올해까지 총 3만2740건의 유전자를 채취했다. 실종아동전문기관 역시 유전자 DB를 구축, 경찰과 협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전자가 일치한 경우는 398건에 불과하다. 이미 유전자 검사를 마친 부모들에 비해 장기실종아동의 유전자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경찰이나 기관 차원에서 부모가 없는 자녀나 해외 입양자들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장기실종아동 가족들 역시 실종된 자녀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역으로 부모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유일한 희망이라고 입을 모았다. 장기실종아동의 한 부모는 "애가 분명히 살아 있다고 생각되는데 우리가 찾는 것보다 애가 부모를 찾아야 한다"며 "성인이 된 애가 유전자 검사를 하면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보호에 막혀 수사 어려움도…

장기실종아동 수사에는 제도적 한계도 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인해 수사가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수사가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영장을 받을 수 없어 강제수사가 어렵다는 것이다.

실종사건 관련 수사를 전담하고 있는 여청수사팀에 대한 지원이 미미한 것도 문제다. 여청수사팀은 실종 외에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업무가 과중한 측면이 있다. 지원은 부족한 반면 책임만 져야 하는 제도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현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가족들은 경찰과 기관의 미온적 태도를 문제 삼으며 보다 적극적이고 성의 있는 협조를 당부했다. 한 부모는 "경찰과 같이 수색활동을 다니다 보면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정말 관심을 갖고 해주는 열성이 아쉽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부모는 "경찰이 다른 일로 바쁜 것은 알지만 애처로운 마음으로 우리 마음을 열어줬으면 좋겠다"면서 "실종된 자녀를 찾아 헤매는 부모의 심정을 공감해주고 더 따뜻하게 대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예병정 김문희 구자윤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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