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선택 2017] 스탠딩 토론의 두 얼굴…‘각본 없는 민낯’ ‘정책 없는 네거티브’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4 17:36

수정 2017.04.24 22:16

스탠딩 토론 무용론 vs. 개선론 팽팽
낯설고 산만, 주제 토론 실종 감정싸움만
후보 수 많아 집중도 떨어져
소통능력 검증
스탠딩 토론 세계적 추세.. 상대 설득하는 능력 검증
제도적 보완거쳐 발전해야
TV토론 방식 중 하나인 스탠딩 토론 방식은 깊이 있는 토론을 위해 준비된 원고 없이 현장에서 나오는 질문을 후보자가 답하거나 상대 후보와 질문과 답변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후보 간 인물과 정책검증을 위한 기회의 장으로 개방하자는 취지로 선관위가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 TV토론에 처음 도입했다.

그러나 지난 23일 개최된 중앙선관위 주관 첫 토론회에서는 '특정 후보자 질문 쏠림' 현상이나 후보 간 주제와 상관없는 감정싸움이 전개되면서 일부에선 미국식 스탠딩 토론 방식이 너무 낯설다거나 산만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날 토론회 주제는 외교·안보·정치였지만 북핵위기 등 국가안보가 위중한 상황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토론은 실종되고 후보 간 감정싸움과 네거티브 공방만 벌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첫 질문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둘러싼 대학 시절 성폭력 모의 논란이 담긴 자서전 내용을 두고 나머지 후보들의 사퇴요구가 이어졌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이에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MB(이명박)의 아바타 안철수' 논란 등 네거티브 공세를 근절해달라는 안 후보의 요청 사이에서 후보 간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2시간 동안 이어진 토론회 내용이 대부분 이런 장면만 연출되면서 일부에선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스탠딩 토론 도입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찬성하는 쪽에선 스탠딩 토론 방식이 후보의 민낯을 가감없이 보고 세밀한 검증을 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유권자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유권자들이 원고를 읽는 잘 정제된 방식의 토론회에 길든 측면이 있는 만큼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고 더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김홍국 경기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1997년 대한민국 대선에 TV토론이 도입된 뒤 대선 TV토론 20년 역사에서 잘 짜인 각본보다 후보들의 민낯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중요한 의미"라며 "스탠딩 방식 토론의 무용론보다는 우리 현실에 맞게 어떻게 개선해 발전시킬지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스탠딩 토론 방식은 1대 1 혹은 3자토론 방식으로 토론의 집중도와 질을 높일 수 있는 데 비해 우리는 후보 참여범위가 넓어 최근 선관위 도입 당시부터 형식도 없이 산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처럼 원내 정당 후보에게는 참여 기회를 주되 토론 횟수를 더 늘려 2~3회 정도는 유력주자만 참여하는 일대일 방식 토론회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중앙선관위 주관 법정 TV토론은 지난 23일 첫 방송 토론을 포함해 모두 3차례이고 나머지 토론회는 종합편성채널이나 기자협회 등이 주최한 별도 토론회다.

김 교수는 "아직 스탠딩 방식에 적응되지 않은 후보들이 첫 토론회에서 민낯만 보여줬다"면서 "후보들도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스스로 차기 정부의 미래 국정비전을 제시하며 경쟁하려는 노력과 훈련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자신의 정책공약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와 토론 속에서 상대 후보를 설득하고 이해하는 소통의 능력이 있느냐를 본다는 점에서 스탠딩 토론 방식은 다른 나라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당선 이후 상대를 설득하고 토론하는 게 정치이고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 리더십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또 단순 스탠딩 토론 방식보다 좁은 공간에서 전문가와 소수의 방청객이 참여해 유력 후보 2명씩을 집중해서 검증할 수 있는 타운홀미팅 방식 도입도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각 후보들이 참여하고 있는 관훈클럽 초청 후보 개인토론회 등이 타운홀 미팅 성격이다. 생방송에서 소수 질문자가 무작위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TV토론 문화에 익숙한 유권자들이 개별 후보 토론회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떨어지는 만큼 미국처럼 유력 후보 2명 이상을 불러 유권자에게 후보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스탠딩 토론 도입이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많다. 부산대 정치학과 김용철 교수는 "TV토론이 강조되다 보면 순발력, 언변, 인물 좋은 후보가 유리하다"며 "이는 이미지 선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요인이다.
새로운 제도 도입보다는 일대일 토론 확대 등 보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cerju@fnnews.com 심형준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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