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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이사건] 국방부 안보교육 동영상 논란.. 법원 "일반에 공개하라" 판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5 19:56

수정 2017.04.05 19:56

2014년 7월 17일 서울 강동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국방부가 만든 5분짜리 안보교육용 동영상을 보던 일부 학생이 울음을 터뜨렸다. 몇몇은 차마 영상을 보지 못하고 교실에서 나오기까지 했다. 동영상에는 북한 내부에서 자행되는 비둘기 고문, 임신부 강제 낙태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잔인한 장면에 아이들이 놀란 것이다. 국방부는 2013년 12월 북한 내부에서 일어난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북한 정권의 현 상황을 국군 장병들에게 알리고 안보의식을 강화할 목적으로 2014년 이 영상을 제작했다. '공포정치로 얼룩진 북한'이란 제목의 이 영상은 5분 분량으로 "북한 정권과 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각한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기 위해 제작됐습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한다.


이 사건을 알게 된 참여연대는 2014년 8월 28일 국방부에 '국방부가 보유하고 있는 일반인.학생 대상 나라사랑교육 매뉴얼, 영상, 교안, 파워포인트(PPT) 등 교육자료 일체 사본'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소송으로까지 번져 논란이 커지게 됐다.

지난해 1월 1심 법원은 "다소 잔인한 장면이 포함돼 있고 이 사건 동영상이 당초 국군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용으로 제작된 점을 고려할 때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국방부 주장은 개연성이 떨어지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전국에 있는 학생 중 500명가량이 나라사랑 교육을 받으면서 이 사건 동영상을 이미 시청한데다 일반 국민 가입자도 시청 가능한 국방TV 채널을 통해 이 사건 동영상이 1회 방영된 적이 있다"며 "이 사건 동영상은 나라사랑 교육에 사용된 자료로, 군의 기밀사항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동영상이 공개될 경우 학생들이 받는 안보교육에 대한 건전한 공론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안보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항소심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국방부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방부는 "해당 동영상이 공개되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등 국익을 훼손한다"며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유가 없다"며 '심리 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 불속행 기각이란 형사사건을 제외한 상고사건 가운데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이 법이 정한 특정한 사유를 포함하지 않으면 심리를 하지 않고 기각하는 제도다.

참여연대 측은 이번 확정 판결에 대해 "국방부의 정보 비공개 관행에 일침을 가하는 의미있는 판결"이라며 "맹목적인 애국심과 낡은 이념을 주입시킬 목적으로 유아와 어린이들을 포함해 전방위로 이뤄지고 있는 군 안보교육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금명간 문제의 동영상을 참여연대에 제공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무분별하게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을 막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판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잔인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안보의식을 고취시키는 정부 행태를 막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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