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제때 구정·신정 나뉜 명절.. 새해인사 여러번 해도 좋아

김서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1.22 17:31

수정 2017.01.22 17:31

한 달만에 두번 하는 새해인사.. 1월 1일 양력 새해? 1월 28일 음력 새해?
1월1일에 나눴던 새해인사 이번 주에 또 하자니 어색
어떻게 건네야 할지 고민도
두 차례에 걸쳐 쇠는 설날.. 전통인 ‘孝’‘禮’ 마음이 중요
듣기 좋은 말 계속해도 좋아
#. 직장인 김모씨(35)는 오는 28일 설(음력 1월 1일)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보낼 새해 인사 문자메시지 문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는 지난 1일 한 탓에 같은 인사말을 건네기엔 왠지 모르게 어색함이 든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 설에 새해 인사 문자를 보내지 않아도 개운치가 않다. 그래서 김씨는 이번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문자 대신 '명절 잘 보내세요'라는 문자를 보낼 생각이다. 주부 지모씨(36) 역시 설을 앞두고 친지들과 지인들에게 새해 인사를 어떻게 건네야 할지 생각이 많다. 지씨는 "새해엔 시댁과 친정에 전화로 새해 인사를 하고, 지인들에게는 문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문자를 보냈다"며 "설 명절 때는 따로 새해 인사를 하지 않고, 직접 만나면 새해 인사를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설을 앞두고 많은 국민이 새해 인사법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지난 1일 새해 인사를 나눈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설을 맞아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하고 새해 인사를 두 번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상황은 매년 되풀이된다.

■'신정''구정'으로 나뉜 '설'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인 설은 음력 1월 1일이다. 새해 정월 '초하루'라고도 불렀다. 설은 원단, 세수, 연수, 신일이라고도 한다. 설의 정확한 유래는 언제부터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삼국시대 때도 설과 가장 유사한 민족 명절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설 아침에는 예복을 차려입고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집안 어른들께 새해 첫인사로 세배를 드렸다. 이어 이웃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했다. 세배를 하면서 하는 인사가 바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역사적으로 오래된 명절이지만 오늘날 쇠는 양력설과 다른 의미의 '음력 1월 1일 설날'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9년에야 공식적인 민족의 명절로 인정받게 됐다. 이유는 이렇다. 일찍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메이지유신' 운동에 성공한 일본은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병합한 후 우리 민족 정기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음력 1월 1일 설을 쇠지 못하게 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후 양력만으로 설을 쇠왔다. 일본은 우리 고유 명절인 음력 설을 '구정'으로 깎아내리고, 자신들이 채택한 설인 양력 1월 1일을 '신정'으로 정하고, 명절로 쇨 것을 강요했다.

■근대화 과정의 '이중과세(二重過歲)'

광복 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세계적으로 양력이 통용되는 가운데 산업화와 무역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신정'을 지내라고 권장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은 신정을 '왜놈 설'이라는 이유로 설로 쇠지 않았다.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보내는 국민이 많았다. 정부는 1985년 이르러서야 음력 1월 1일을 '민속의 날'로 지정해 하루 공휴일로 지정했다. 이후 1989년 노태우정부 때 드디어 오늘날과 같은 '설' 명칭을 되찾고, 설 당일과 앞뒤 1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결과적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이중과세(二重過歲)'가 생긴 셈이다. 이중과세는 설을 두 차례에 걸쳐 쇤다는 뜻이다.
이 흔적은 아직도 남아 양력 1월 1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인사를 하고, 음력 1월1일 설에도 새해 인사를 해야 예를 갖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다.

직장인 신모씨(36)는 "듣기 좋은 말은 여러 번 듣거나 해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며 "양력 1월 1일 새해에 지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를 했지만 이번 설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새해 인사말을 건넬 생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학자는 "현대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 전통인 '효'와 '예'가 퇴색돼 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며 "새해 인사는 여러 번 하더라도 잘못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멋을 지켜가기 위한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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