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앱' 약일까 독일까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9.05 17:51

수정 2016.09.05 22:08

“속 시원한 e신문고” vs. “사생활침해.정보유출 통로”
국내 1700여개社 라운지 운영.. 폐쇄형 운영으로 직장인에 인기
회사 상황 알 수 있어 정보교류.. 익명성 보장 불만 등 토론 장점
뒷담화에 개인정보 유출 악용.. 기업 비밀도 게재 비판 의견도
국내 1700여개 회사, 63개 업종.그룹사.직군 라운지가 운영되고 있는 '블라인드' 앱의 효과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블라인드가 회사의 불합리한 사항을 지적하는 신문고 역할을 한다는 주장과 개인의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회사의 내부정보가 유출돼 부작용이 크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블라인드 앱은 지난 2013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트폰 익명게시판 앱으로 소속된 회사의 e메일 인증을 거쳐 폐쇄형으로 운영된다. 보통 직원수 300명 이상의 큰 회사면 단일 게시판이 열리고 300명 미만일 경우 광고, 금융 등 업종별 라운지 게시판이 열린다.

■블라인드 앱 정보 공유, 온라인 신문고 역할

블라인드 앱을 통해 일명 '땅콩회항'사건과 '사람이 미래다'를 비전으로 하는 한 대기업의 20대 희망퇴직 사건이 이슈화될 정도로 블라인드앱은 직장인들 사이에 인기다.

블라인드앱의 순기능은 직장과 업계, 혹은 계열사 직원 간의 정보교류가 꼽힌다.


건설업체에 다니는 박미네씨(31·가명)는 "블라인드를 통해 회사가 돌아가는 상황과 부서별 속내를 알 수 있다"며 "가끔 직장생활 '꿀팁'을 얻거나 동종업계 사람의 소식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정보기술(IT) 계열사 직원인 이어물씨(31·가명)도 블라인드에 대해 "회사 뒷얘기를 파악하거나 직원들 간 정보교류의 장이 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익명성을 담보로 회사의 불만사항을 토로하거나 개선방향 등을 블라인드앱에 자유롭게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블라인드앱의 또 다른 장점으로 꼽인다. 블라인드앱이 온라인 신문고 기능을 통해 자기 반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블라인드앱 LG계열사 게시판에는 '경영진만 모르는 LG폰이 안나가는 FACT(사실)'란 글이 올라와 9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오키오키나와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유저는 "삼성 갤럭시에는 있는 방수기능이 없고, 스마트폰 외형에 LG 브랜드 로고가 들어가 디자인도 떨어진다"며 "시설투자가 부족하고 기술이 떨어지더라도 사용자경험(UI), 디자인, 애프터서비스 등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게시글의 댓글에는 '연봉은 많이 받는 경영진이 사실상 회사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잘 팔릴 수 있는 폰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만들고 싶은 폰을 만들어서 그렇다' '직원들은 다 안다' '사이다(속 시원하다는 뜻)' 등의 댓글이 달려 있다.

LG 계열사 사원인 김모씨는 "부장 등 관리자나 임원 등도 블라인드 게시판을 보는 만큼 부족한 점은 반성하고 이를 발전의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익명게시판 '블라인드 앱' 약일까 독일까

■개인정보 침해, 여론몰이 악용 가능성도

블라인드앱의 부정적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신문고 역할은 긍정적이지만 특정 개인의 사생활 등을 폭로하는 뒷담화 창구로 블라인드가 쓰인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박미네씨는 "특정 개인에 대한 적나라한 인신공격이나 회사 내 불륜 스캔들 등 뒷담화 창구로도 블라인드앱이 이용된다"고 말했다.

블라인드앱에 올려진 글을 기업 차원에서 사찰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퍼지고 있다. 또 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되거나 회사 내부정보가 블라인드앱을 통해 새나가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각 기업의 홍보 혹은 공보실에서는 블라인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회사 내부 간담회 내용을 블라인드에 올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민카드의 경우 직원의 위치와 통화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는 앱을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가 노조의 반대로 무산되기도 했다.

아울러 블라인드앱이 회사 내 특정세력이 여론을 호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은행권 성과주의 도입 이슈가 제기됐을 때 일부 직원들이 노조를 회사와 한패인 '어용노조'로 규정해 비판했다"며 "이해관계가 걸린 이슈의 경우 3~4명의 직원이 여론을 몰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준영 블라인드 대표는 "다수 직원의 해사행위에 대해서는 상호견제 및 자정작용이 작동하고 있다"며 "신고를 당한 글은 게시판에서 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익명성 보장된다지만…

블라인드에서는 하루 1번, 한달에 5번까지 아이디 명(닉네임)을 바꿀 수 있지만 사원 수가 적은 회사 직원의 경우 신분노출을 걱정하고 있다.

정영준 팀블라인드 대표는 "운영진도 작성자의 글을 확인할 수 없게 암호화 과정을 거쳐 만약 해킹되거나 수사기관의 요청이 들어와도 작성자를 알 수 없도록 100% 익명성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블라인드 대신 사내 익명게시판 살리기에 나서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블라인드 대신 사내 익명게시판인 '핫이슈' 게시판 활성화를 위해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블라인드는 불만 토로에 그치지만 핫이슈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회사 측에서 이를 확인하고 불만을 접수해 조치를 취하거나 조치가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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