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소기업에'외국인 고용부담금' 물리겠다는 정부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5.09 18:01

수정 2016.05.09 18:01

정부 "내국인 고용시장 보호".. 중기 "일할 사람 없어 외국인 쓰는데…"
정부, 고용부담금 추진
내국인 고용경쟁서 밀리자 외국인 인력 수급조절 위해 사업주에 부담금 부과키로
중소기업은 '철회 요구'
내국인이 중기 취직 안해.. 어쩔수 없이 외국인 쓰는데 현실 모르는 정부 '답답'
외국인이 싸다는 것도 옛말.. 수당에 기숙사까지 더 비싸
"비전문 외국인 인력이 과도하게 국내에 들어와 내국인 고용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 외국인고용부담금 신설을 추진합니다. 비전문 외국인 인력을 채용한 사업자에게 일정액의 비용을 늘려 외국인 근로자 수요를 줄이고, 내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
"외국인 근로자, 임금이 싸서 쓴다고요? 야근수당, 교육비, 4대 보험, 퇴직금 등 다 줍니다. 기숙사도 챙겨야 합니다. 최저임금이 5580원일 때도 외국인 근로자 한 달 실수령액은 220만원이 넘었어요. 하지만 내국인이 안 온다니 쓸 수밖에 없죠. 그런데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했다고 추가 비용까지 내라고 하는 게 말이 되나요."

▶경기 화성의 한 중소기업 대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중소기업에'외국인 고용부담금' 물리겠다는 정부

중소기업계가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겠다는 정부 방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경제정책 방향'에서 외국 비전문 인력의 과도한 유입과 사용을 방지하고 관리.체류비 충당을 위해 '사업주 외국인 근로자 고용부담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신규 비전문 외국인력(E9)이 대상이며 이르면 3.4분기에 추진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내국인 인력을 뽑지 못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는 현실을 외면한다고 주장한다. 비용부담이 늘어날 경우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는 인력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고, 국내 노동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 위해 필요"

정부가 외국인고용부담금제 도입 카드를 꺼낸 것은 기업에 일정 비용을 부과해 외국인 인력 수요를 조절하고 내국인 고용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9일 중소기업연구원과 법무부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단순기능 인력의 47.9%를 차지하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2011년 23만4000명에서 2015년 27만6042명으로, 2012년 이후 증가세다. 도입 규모도 2011년 4만8000명에서 2015년 5만8000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근로자 증가는 인력난 해소에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의존도가 높은 사업장이 늘어나는 것은 해당 시장의 내국인 채용이나 근로조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외국인 단순노동 인력이 지나치게 늘면 해당 시장에서 외국인 의존도가 높아져 내국인이 고용경쟁에서 밀리거나 임금 수준 하락 등 내국인의 근로조건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 수 증가가 내국인 고용시장에 타격을 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국인 인력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고용부담금제를 도입하려는 것"이라며 "청년 실업난이 심화되면서 외국 인력 도입 수요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 "내국인 못써 외국인 쓰는 건데…"

중기업계는 외국인 고용부담금제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인 10명 중 8명은 외국인 고용부담금제 도입에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중소기업계가 이처럼 반발하는 이유는 내국인 근로자를 못 뽑아 외국인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고용부담금제가 도입된다 해도 내국인 고용으로 이어지기보다 계속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주장이다.

중소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 중소기업의 57.7%가 제조·생산인력 부족에 대한 애로를 호소했다.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이유로 88.5%가 '내국인 근로자 구인의 어려움'을 꼽았다.

중소기업이 내국인보다 외국인 임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채용했다는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용인에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C대표는 "내국인도 외국인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최저임금으로 시작하지만 야근비, 보험금, 퇴직금 등이 규정대로 나가고 숙식비는 따로 챙겨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내국인 근로자 못지않은 비용이 들어갑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대기업처럼 이익을 남기는 구조도 아닙니다. 정부가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고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면서 외국인 근로자를 쓴다니 부담금을 내라고 하고 중소기업인이 악덕업자로만 묘사되고 씁쓸합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 일인당 평균 급여는 211만원이다.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 실태조사 결과 중소제조업 고졸 신규직원의 연봉은 1500만원 미만이 9.6%, 1500만∼2000만원이 70.0%, 2000만원 이상이 20.4%였다. 시간당 평균 임금도 5892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5580원)에 비해 5.6% 높게 나타났다.

■다른 대안은 없나

이 같은 정부와 중소기업계의 입장과 관련, 중소기업의 근무환경 개선 등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0대 직장인 D씨는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있는 사업이라면 내국인 근로자 채용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만 하지 말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부터 해야 한다"며 "외국인 고용부담금을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으로 돌리는 등 내국인을 고용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용부담금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불황 속에서 단순히 기업 비용부담이 추가로 늘어나는 형태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은 외국인 근로자 의존도를 낮추고 내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반드시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외국인 인력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고 관리비용을 충당키 위해 부담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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