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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인디언을 찾아서(22)] 인디언 학살 사과·배상 판결 잇따라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31 17:17

수정 2016.03.31 17:17

내일의 희망을 찾아서.. 美, 2011년 유엔 원주민인권선언 서명
감리교, 샌드크리크 학살 사과.. 美 인디언 담당국 반성문 발표
2008년 '인디언의 날' 제정
블랙힐스 토지 소유권 분쟁, 보상·반환 놓고 아직도 진행
백악관 인디언부족회의에 참가한 라코타족 여자 가수가 인디언 고유언어인 라코타어로 미국 국가를 열창하고 있다.
백악관 인디언부족회의에 참가한 라코타족 여자 가수가 인디언 고유언어인 라코타어로 미국 국가를 열창하고 있다.

1864년 11월 29일 있었던 샌드크리크 대학살의 직접적인 책임자인 시빙턴 대령이 감리교 목사였으며 이 사건 주도자 중 한 사람인 당시 콜로라도 주지사 에번스 역시 감리교 지도자였던 점에 대해 감리교는 1996년 4월 열린 총회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또 2014년 개최된 대학살 150주년 기념행사에서 히컨루퍼 콜로라도 주지사는 콜로라도 시민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인디언 문제 담당국의 175주년 기념 반성문

미국 내무부 산하의 인디언 담당국의 고버 국장도 2000년 9월 8일 창립 175주년 기념식에서 통렬한 자기반성문을 발표했다. 반성문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고의적으로 전염병을 퍼뜨리고 들소떼를 박멸하고 인디언들의 심신을 피폐하게 할 불순한 동기로 알코올을 제공하고 어린아이와 여자들마저 학살한 일들은 단순히 서로 다른 두 문화의 충돌의 결과로 돌려버리기에는 지은 죄가 너무 무겁다. 샌드크리크, 와시타강과 운디드니에서 발생한 불필요하고 폭력적인 학살사건을 잊지 않을 것이다. 인디언의 경제를 황폐화시켜 미국 정부에 의존케 만든 다음 인디언적인 모든 것을 파괴했다. 우리는 인디언의 말을 못 쓰게 하고 전통적인 종교를 금지시키고 인디언의 정부조직을 불법화시키고 인디언임을 부끄러워 하도록 만들었다. 가장 나빴던 건 어린 학생들을 인디언 기숙학교에 수용해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또한 영적으로 학대한 사실이다. 수치와 공포와 분노의 외상은 세대를 이어 전해져 알코올과 마약중독, 가정폭력과 자살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인디언 문제의 원인은 우리들이 제공했다. 인디언들의 궁핍, 무지, 질병은 우리 인디언 담당국의 책임이다."

■기숙학교 강제수용에 대한 배상 판결

2005년 캐나다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인 50억달러의 손해배상금액 조정이 최종 타결됐다. 버나드 여사가 1993년 캐나다 정부와 실제로 학교 운영을 맡았던 4개 종교단체를 상대로 인디언 기숙학교 재학 시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7만명을 대표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 12년간의 긴 법정다툼 끝에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인디언에 대한 사과 결의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9년 12월 9일 '미국 원주민에 대한 사과결의문'이 포함된 법안에 서명했다. 그동안 미국 의회는 사과 결의문 채택과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어 왔는데, 우여곡절 끝에 동 결의문을 '2010년도 국방예산지출법안' 속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이 정도만이라도 전에 비하면 많이 진전된 것이긴 하나 원주민들은 여전히 불만스럽게 생각한다. 결의문 속에 면책조항을 삽입해 이 결의문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원주민의 대정부 소송에서 인디언에게 유리한 근거로는 쓰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점은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시킨다고 인디언들은 말하고 있다. 아직도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명명백백하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은근히 비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의회와 정부는 원주민 문제에 관한 한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의 원주민 인권선언

유엔은 2007년 9월 13일 제61차 총회에서 '원주민 인권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이 회원국에 대한 법적 강제력은 없으나 지구상에 살고 있는 3억7000만명의 원주민들로 하여금 부당한 차별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 데 유용한 도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전체 회원국들은 다 찬성했으나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네 나라는 선언서 채택에 반대했다. 이들은 모두 과거 영국의 식민지로서 백인 이민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국가들이다. 선언서가 채택된 지 2년 뒤인 2009년 호주와 뉴질랜드가 동 선언에 서명하고 이듬해에는 캐나다가 서명했으며 미국은 2011년 마지막으로 서명했다.

■인디언의 날 제정

거의 100년 전부터 인디언 기념일 또는 기념기간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있어 왔고, 실제로 주별로 적절한 날을 택해 나름의 기념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90년 부시 대통령이 의회의 결의에 근거해 11월을 '인디언 유산의 달'로 지정, 이후 매년 이를 지켜오고 있다. 2008년에는 의회가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인디언 유산 기념일'로 지정하고 이날을 공휴일로 만드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블랙힐스 반환소송 일부 승소

수우 인디언들은 결코 블랙힐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1920년부터 수우족은 전쟁을 통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법률상의 문제점을 제기해 원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 만약에 블랙힐스를 넘겨주지 않으면 정부배급을 중지하겠다고 수우족을 협박해 1877년 미국 정부가 양도받았으나 이는 1868년 체결된 '라라미 조약'을 위반했다고 수우족은 주장해왔다. 이 조약에 의하면 수우족 부족의 땅을 남에게 넘길 때는 수우족 인디언 성인 남자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는데 이러한 조건을 어긴 양도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60년 세월 동안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1980년 6월 30일 연방대법원은 최종적으로 수우 인디언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법원은 블랙힐스를 인디언에게 반환하는 대신에 경제적 보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안을 채택해 미국 정부는 그동안의 발생이자를 포함해 총 1억600만달러 수우 인디언 측에 지불할 것을 판결했다.
수우족이 진정 원하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블랙힐스를 온전히 돌려받는 것이다. 따라서 수우족 측은 보상금 수령을 거부했다.
그래서 블랙힐스를 둘러싼 토지 소유권 분쟁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철 전 한양대 겸임교수
김철 전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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