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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화관람료 시간대별 좌석별 '차등제'

이다해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6.03.20 17:21

수정 2016.03.20 19:22

"극장이 돈 더 벌려는 꼼수" VS "소비자 선택 다양화 혜택"
가격 오른 프라임존 비율, 이코노미존보다 많아 
관객 입장에선 '가격 인상'으로 체감할 수도
제작사에 돌아가는 수익 늘어 영화업계에선 환영
#1. 18일 심야영화를 보려고 집 근처 CGV군자로 향한 직장인 박정우씨(30)는 평소 습관대로 맨 뒷줄 중앙 좌석을 선택하려다가 포기했다. 1000원을 더 낼 바엔 좀 앞쪽이더라도 가격 변동이 없는 스탠다드존에 앉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좌석 현황을 보니 구매된 좌석 대부분은 스탠다드존이었다. 하지만 영화관에 들어갔을 땐 대부분 관객이 1000원 더 비싼 프라임존에 앉아 있었다. 박씨는 "가격이 오른 것도 불만인데 좌석을 이동하는 '메뚜기족'까지 보고 있으려니 짜증이 밀려왔다"고 토로했다.

#2. 14일 오전 10시께 CGV왕십리를 찾은 주부 김선미씨(55)는 바뀐 요금제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야 했다.
결국 안내원에게 가장 싼 티켓을 요청하고 브런치 시간대 이코노미존을 6000원에 샀다. 김씨는 "같은 시간에 좌석별로 다른 요금을 내야 하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서도 "평소보다 2000원 싸게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화관람료 시간대별 좌석별 '차등제'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인가, 극장 관람료 인상을 위한 꼼수인가. CGV가 지난 3일부터 시간대별, 좌석별 가격 차등제를 실시한 이후 이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격이 오른 프라임존 비율이 35~40%로 가격이 내려간 이코노미존(20%)보다 많아 관객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으로 체감하고 있는 반면, CGV 측은 "고객 스스로 관람 상황에 맞춰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도록 폭을 넓혔다"는 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조삼모사'격 티켓값 인상 관객 우롱

CGV는 지난달 26일 상영관 좌석을 △이코노미존 △스탠다드존 △프라임존 등 세 구역으로 나눠 이코노미존은 1000원 낮게, 프라임존은 1000원 높게 받는 요금체계를 발표했다. 시간대도 종전 4단계였던 주중 시간대를 △모닝 △브런치 △데이라이트 △프라임 △문라이트 △나이트 등 6단계로 세분화해 가격에 차등을 뒀다.

하지만 좌석도를 살펴보면 보통 우선적으로 판매되는 구역이 프라임존이고 이코노미존은 관객이 많을 때도 비어있는 구역이다. 대부분 프라임존을 선호하기 때문에 1000원 인상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직장인 정수연씨(32·여)는 "전보다 가격이 낮아지는 좌석은 적어 직장인 입장에선 영화 보기 좋은 시간대에 좋은 좌석이 전체적으로 인상된 느낌"이라며 "극장이 돈을 더 벌려는 꼼수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이코노미존을 사고도 프라임존에서 관람하는 '메뚜기족' 때문이다. 극장 불이 꺼진 뒤 자리를 옮기는 관객들을 일일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격 차등제에서 극장 측이 주장하는 '혜택'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 가격인하 효과를 보려면 브런치(오전 10시~오후 1시)나 나이트(밤 12시 이후) 같은 관객이 한산한 시간대를 선택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가격 인상에 걸맞은 서비스 향상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대표적으로 스크린 독과점으로 인한 영화 선택권 제약, 10분 가까이 억지로 봐야 하는 극장 광고는 해결되지 않은 숙제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극장의 주 수입원은 사실 티켓 값이 아닌 팝콘이나 광고수익이다. 관객에 대한 배려 없이 극장이 이득을 취하는 부분에 대한 개선 없이 입장료만 올리려는 것은 본질에 어긋난다. 가격인상을 위한 정당성 확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영화관람료 시간대별 좌석별 '차등제'

■영화산업 전반, 관람료 인상 '긍정적'

극장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관객 2억명 시대가 3년째 정체된 상황에서 극장 임대료, 인건비 등 관람료 인상 요인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그에 비하면 이번 가격 차등화로 인한 인상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CGV 조성진 홍보팀장은 "가격 인상에 따른 심리적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 끝에 가격 차등제를 내놓게 됐다. 가격 인상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기껏해야 한 좌석당 200원 정도"라고 밝히면서 "하루 평균 객석 점유율이 30%, 평일에는 6%가 채 안 된다. 새로운 관객 창출을 위한 마케팅 강화의 기초단계로 가격 차등제를 시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평일 오전 브런치 시간대에 주부들이 선호하는 영화를 편성하는 식으로 추가적인 마케팅을 활발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메뚜기족' 논란에 대해서도 "실질적으로 불만사항이 접수된 경우가 거의 없다"며 "극장 안내원이 상영관 내에서 시찰을 도는 등 모니터링에 힘쓰고 있다"며 일축했다.

영화 관람료 인상에 대해서는 정당하다는 의견도 많다. 예술영화관 아트나인의 정상진 대표는 "영화 관람료가 대중교통 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률에 한참 못 미친다. 인근 일본이 2만원 정도고, 중국도 1만3000원 수준"이라며 "가격 인상을 하는 것은 극장 가격체계 정상화를 위해선 오히려 칭찬받을 일"이라고 평가했다.

영화산업 전반에서도 관람료 인상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영화는 '부율'에 따라 투자자·제작사·배급사가 통상적으로 수익의 55%를 가져가는데 경우에 따라선 이보다 적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최광희 영화평론가는 "이번 시간대별, 좌석별 가격 차등제는 CGV가 경영적 선택을 한 것일 뿐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영화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제작사에 돌아가는 수익이 많아지기 때문에 산업적으로 순기능이 더 많다"고 평가했다.

dalee@fnnews.com 이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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