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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동포' 이민지, "된장과 보쌈, 그리고 포맨을 좋아해요"..에비앙챔피언십 첫날 3언더파 선전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9.11 01:29

수정 2015.09.11 01:29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민지가 선전을 다짐하며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이민지가 선전을 다짐하며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레뱅(프랑스)=정대균골프전문기자】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언제나 싱글벙글이다.

그래서 동료 선수들은 물론 그 부모들까지도 예뻐한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새로운 '스마일 마스코트'인 호주동포 이민지(19·하나금융그룹)다.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의 에비앙 마스터스GC(파71·6453야드)에서 개막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에비앙 챔피언십 첫 날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한 메이저대회 첫날 3타를 줄여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덕일까, 이날은 웃는 모습이 더 예뻤다.

호주 서부 퍼스에서 태어난 이민지는 10세 때 국내 티칭 프로 출신인 어머니 이성민(47)씨로부터 처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 골프 입문 5년만인 15세 때 호주 국가대표로 발탁돼 16세였던 2012년 US여자주니어 챔피언십 우승, 2014년 호주여자프로골프 투어 빅토리안오픈에서 대회 최초로 아마추어 우승을 이뤘다. 그러면서 라이벌이었던 리디아 고(18·한국명 고보경)의 뒤를 이어 세계 아마추어 랭킹 1위를 28주 연속 지켰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공동 1위로 통과하며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만족스런 루키 시즌이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대체로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민지는 지난 5월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현재 상금 순위 17위에 올라있다. 신인왕 포인트에서도 김세영(22·미래에셋), 김효주(20·롯데)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다. 그 정도면 아주 만족스런 루키시즌이지만 '대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아마도 그 이상을 기대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왜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그는 "프로에 들어와서 아마추어 때 나오지 않았던 미스샷이 나오더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이유를 기라성같은 신인왕 경쟁자들이 많아 심적 강박관념이 커서였던 것 같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가장 결정적 이유는 강행군으로 인한 피로감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민지는 프로 데뷔 이후 자격이 불참한 대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대회에 출전했다. 엄마의 그림자 보살핌도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는데 역부족이었다.

이민지는 "2월에 호주 집을 떠나 아직 한 번도 못갔다"며 "아빠와 남동생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피로에다 향수병까지 겹쳐 한 때 3개 대회서 연속적으로 미스컷한 적도 있었다. 특히 메이저대회였던 ANA인스퍼레이션 대회 때는 미스컷을 하고 나서 눈이 퉁퉁 부어 오를 정도로 울었다. 자신에게 크게 실망해서다. 항상 웃는 얼굴이지만 그의 강한 승부욕을 엿볼 수 있는 한 대목이다. 그래서 그 이후 전략을 '컷 통과에서 이기는 것'으로 수정했다. 그는 "매 경기가 아쉽다. 될듯 말듯 아까운 대회가 한 두 개가 아니다"며 "내년부터는 일정 관리를 더 잘해 후회없는 시즌이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민지는 이 대회를 마친 뒤 사랑니를 뽑고 호주 집에서 가족과 2주간의 달콤한 휴식기를 가지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그는 오는 10월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서 열리는 KEB하나은행챔피언십서 국내 골프팬들을 만나게 된다. 후원사 대회라 어느 대회보다 더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작년 대회서 마지막날 8언더파를 몰아쳐 상위권에 입상한 경험이 있어 내심 올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
호주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국적은 호주지만 뼈속까지 한국인임에는 틀림없다. 된장찌게와 보쌈, 그리고 K-팝 그룹 포맨을 좋아하는 모습에서 한국의 여느 10대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민지는 내년에 성균관대학교에 입학해 본격적 고국 알기에 나서게 된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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