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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에 통화하며 길 건너다 사고..法 "보행자 과실 100%"

조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8.26 08:10

수정 2015.08.26 08:10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를 당했더라도 휴대전화 통화를 하면서 빨간불에 건넜다면 본인 책임이 100%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빨간불에 건넜다 해도 횡단보도 위 사고였다면 차량 운전자에게 적지 않은 책임을 물어왔던 것과는 다른 판결로, 보행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부(오성우 부장판사)는 교통사고를 당한 A씨의 요양급여를 내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사고 차량 운전자 B씨와 그 보험회사를 상대로 A씨의 치료비를 달라며 낸 구상금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2013년 7월 서울 중구의 편도 3차로 중 1차로를 자신의 승합차로 평균 속도로 운전해 가고 있던 B씨는 전방에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이 차량 운행 신호여서 그대로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반대 차선의 정체된 차량들 뒤쪽으로 A씨가 휴대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나왔다. A씨는 차들이 빠른 속도로 운행 중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고, B씨 역시 A씨를 발견하고 급정거했지만 미처 피하지 못하고 들이받았다.


A씨는 넘어지면서 크게 다쳐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뇌출혈 등 진단을 받고 8개월여간 치료를 받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용으로 4300여만원을 부담했고 A씨는 본인 부담금으로 920여만원을 냈다. 이후 공단은 운전자 B씨가 전방주시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며 A씨의 치료비를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1심은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 보행신호가 빨간불인 상태에서 반대 차선상에 정차된 차들 틈으로 보행자가 나올 것까지 예상해 주의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운전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B씨의 운행 속도가 과속이라고 볼 수 없고, A씨가 B씨의 시야에 나타난 시점과 사고 발생시까지의 시차가 매우 짧다는 점도 고려됐다.
항소심 역시 1심의 이같은 판단이 옳다며 공단의 항소를 기각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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