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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파리의 비극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5.01.08 17:40

수정 2015.01.08 17:40

[fn스트리트] 파리의 비극

프랑스 파리는 세계에서 가장 운치 있는 도시로 손색이 없다.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대성당, 몽마르트 언덕 등 관광 명소가 즐비하다. 유럽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곳을 꼽으라면 파리와 로마다. 두 도시에는 일년 내내 관광객이 몰린다. 젊은이들은 특히 파리를 좋아한다. 루브르박물관은 지난해에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을 모았다고 한다.
지난해 관람객이 전년보다 10만명 늘어난 930만명에 달했다고 일간지 르몽드가 최근 보도했다.

지난 7일 오전 11시30분(한국시간 오후 7시30분) 루브르박물관과 인접한 파리 한복판에서 최악의 언론테러가 발생했다. 이슬람 극단세력으로 추정되는 괴한 3명이 이슬람 풍자 주간지인 '샤를리 엡도' 뉴스룸에 난입해 언론인 10명 등 12명을 사살하고 달아났다. 20여명도 부상했다. 범인 3명 가운데 1명이 자수했고 2명을 쫓고 있다. 외신은 이번 사건을 지난 40년 동안 프랑스에서 일어난 가장 피해가 큰 테러사건이라고 전한다. 그런 만큼 충격도 큰 것 같다. 대테러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샤를리 엡도는 프랑스의 대표적 풍자 전문 주간지다. 1970년 창간된 이 주간지는 프랑스의 지적 전통인 비판정신에 도발적인 태도로 각종 성역에 도전하면서 그동안 많은 협박에 시달렸다. 비판적 만평을 주로 실어왔으며 2006년 덴마크 일간 율란츠포스텐이 게재해 논란을 빚었던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만평을 전재했다가 이슬람권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1년에는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실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앞서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는 1988년 작품인 '악마의 시'가 이슬람 신앙을 모독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10년간 도피 생활을 했다. 루시디는 당시 이란 최고 지도자였던 아야툴라 호메이니에 의해 살해 대상으로 지목됐다. 루시디도 개인 성명을 내고 파리 테러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비이성의 중세적 형태인 종교는 현대 무기와 결합해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나는 풍자라는 예술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 모두가 그래야만 하듯 '샤를리 엡도'의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슬람교도들은 왜 이처럼 극단적이고 야만적 테러를 자행할까. 그들은 무함마드를 그리는 것 자체를 내용과 상관없이 신성모독으로 간주한다. 언론의 자유는 안중에 없다.
"풍자는 자유를 향한 힘"이라고 강조한 루시디의 말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poongyeon@fnnews.com 오풍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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