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한·러 정상회담 성과 실천만 남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1.13 16:58

수정 2013.11.13 16:58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미·중·러·일 등 주변 4대국 정상 가운데 첫 번째다. 두 정상은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 오찬을 함께 하면서 신뢰관계를 더욱 돈독히 했다. 한·러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도 좋다. 박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만나 우의를 다졌다. 러시아도 미국이나 중국 못지않게 중요하다.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 때문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박 대통령이 제안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가 집중 논의됐다. 유럽과 아시아를 하나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철도를 이용하면 부산에서 러시아를 경유해 유럽까지 갈 수 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참여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프로젝트는 러시아 극동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54㎞ 구간 철로 개·보수와 나진항 현대화 작업, 복합 물류 사업 등이 골자다. 이를 위해 러시아 철도공사와 나진항이 '라손콘트라스'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우리 기업이 '라손콘트라스' 러시아 측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 것 같다.

러시아는 지하자원의 보고다. 러시아 천연가스의 한국 도입을 위한 북한 경유 가스관 건설도 논의됐다. 우리 선박이 러시아의 영해를 이용해 북극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 접근을 봤다. 한·러 '유라시아 개발펀드' 10억달러 조성도 눈에 띈다. 유라시아 부흥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개발 투자에 쓸 예정이다. 러시아 극동 항구인 나호트카항이나 보스토치항에 한·러 합작 액화천연가스(LNG) 조선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탄력을 받게 됐다. 실질적인 경제협력을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두 나라가 가까워지면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5·24 조치이다. 우리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를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의 우회 참여가 허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5·24 조치가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하지만 5·24 조치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북한이 원인제공자인 만큼 책임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 보다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적용할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낸 것도 큰 수확이다. 고립무원인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터다. 이번 정상회담이 정부의 대북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북한은 미·중·러가 우리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경제와 핵개발이라는 병진정책이 무모하다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북한은 고립에서 탈피하려면 4강의 움직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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