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투자자보호 최전선’ 거래소 코스닥 공시업무부를 가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03.26 17:07

수정 2013.03.26 17:07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업무부 직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사옥 사무실에서 주요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를 점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공시업무부 직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사옥 사무실에서 주요 상장사의 감사보고서를 점검하고 있다.

#. 이른 아침,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 공시업무부 사무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린다. 증권시장 관련 풍문을 수집해 분석하는 시장정보분석팀에서 걸려온 전화다. 갑자기 긴장감이 흐른다. 모 기업에 대한 '감사의견 비적정' 풍문이 있다며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전화였다.
사실이라면 상장폐지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바로 공시시스템을 통해 조회공시를 요구하면서 시장운영팀에게 해당 종목에 대한 매매거래정지를 요구한다. 긴박한 순간이다. 상장기업은 다음 날까지 답변해야 한다. 당번팀장은 매매거래 정지 조치 여부를 확인한다. 숨가쁘게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오전 8시도 지나지 않았다.

‘투자자보호 최전선’ 거래소 코스닥 공시업무부를 가다

대부분의 국내 상장사가 전년도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를 발표하는 3월 말이면 한국거래소의 하루는 쉴 새 없이 바빠진다. 결산결과에 따라 상장폐지 되거나 관리종목에 지정되는 기업들이 속출하기 때문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제출시한을 넘긴 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코스닥시장 법인은 모린스, 우경, 와이즈파워, 에스비엠 등 4곳이다. 지난해에도 감사보고서를 늦게 제출한 코스닥 상장사 18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상폐됐다.

한 기업이 상폐되면 회사 임직원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만큼 신경쓸 일이 한두가지 아니다. 평소보다 몇 곱절 많은 업무 속에서도 동분서주하는 거래소 직원들의 일상은 이렇게 시작된다.

■시장 및 투자자 보호 진력

거래소는 상장법인과 관련된 풍문 등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조회공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매매거래정지가 지속된 후 상폐 되지만 해당 기업이 풍문이나 보도에 대해 부인한다면 매매거래는 재개되기도 한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 상장사 수는 48개사로 지난 2010년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다. 지난 2009년 상폐된 상장사는 65개사였지만 2010년 74개사로 늘어난 뒤 2011년 58개사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코스닥 시장 건전화 차원에서 다뤄지는 일 가운데 공시위원회 준비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공시위에선 상장법인의 불성실공시에 대한 심의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위반했다면 그 동기나 중요성에 대해 사전조사를 한다. 이후 공시의무를 위반한 동기를 파악하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고려한 조치 수준을 결정한다. 벌칙을 내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기에 상장법인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지 여부도 고려 대상이다.

김재향 공시3팀 팀장은 "사안이 중대한 경우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러 출장 가거나 외국에 연락을 취해야하는 경우도 있다"며 "투자자들을 대신해 거래소가 상장법인에 대해 조치하는 것이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처리해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회계법인의 감사결과가 나오는 요즘, 거의 매일같이 관리종목 지정과 상폐 예고 등 시장조치 건이 발생하고 있어 평소보다 신경을 더욱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공시업무부 직원들은 기업이 제출한 공시와 감사보고서 등을 세밀하게 확인, 시장조치 대상이 있는가를 골라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감사보고서상 감사의견이 '적정'이어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상폐 실질심사 대상인 경우가 다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모 기업이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비정상적으로 부실채권에 따른 손실인 '대손상각'이 많아 상폐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기도 했다. 이 경우, 기업의 대손상각이 정상적인 영업에 따라 발생한 것이 아닌 대여금과 미수금·선급금 등에서 발생한 것이라 회사가 돈을 떼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상폐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 원인이었다.

회사재산에서 이런 항목으로 분류된 금액 비중이 높다면 회사재산이 빼돌려졌을 확률 또한 높아 재정상태가 부실해지기 쉽다는 설명이다.

김 팀장은 "흔치 않는 사유이므로 일반투자자들이 놓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꼭 확인해야 하는 사항"이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부실 가능성을 거래소에서 조사하는 것이 상폐 실질심사다. 이 제도는 투자자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을 심사한다는 측면에서 더 강력한 투자자보호 제도"라고 강조했다.

■투자자 피해 최소화 시스템 구축

거래소 공시업무부 직원들은 오후 7시가 넘어도 퇴근할 수 없다. 악재는 최대한 늦게 발표하려는 기업들 때문에 중요한 시장조치 사항은 하루 중 가능 늦은 시간에 많이 처리된다.

더구나 요즘과 같은 실적 결산시즌 동안 거래소의 시장조치 기준을 문의하는 회계법인의 전화도 부쩍 늘었다. 거래소와 회계법인 간 업무 협조시스템 구축에 따른 영향도 있어 모든 의사소통을 간과할 수 없다. 회계법인은 상장사의 매년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를 감사하는 터라 담당한 상장사에서 시장조치 사항이 발생할 경우, 거래소에 직접 연락을 취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스템으로 기업들이 자진공시하던 것을 기다리던 과거에 비해 시장조치가 단축돼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게 됐다는 평이다.

문제는 주식 매매거래 시간 중 시장조치를 해야 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다. 시장조치 업무는 대상 종목을 파악하는 단계에서부터 매매거래정지 조치까지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아 업무부담이 높기로 유명하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해당 사안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업무 처리 매뉴얼을 마련해놨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하거나, 자기자본 50% 이상의 대규모 손실이 최근 3개년도 중 2개년도에 발생할 경우, 매출액이 30억원에 미달하는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재무상태와 관련해선 자본잠식이 50% 이상 발생하거나, 자본총계가 10억원 미만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류제만 공시업무부 부장은 "투자자들도 평소 관심 있는 기업들의 3~4년간의 재무상태나 영업실적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관리종목에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고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철홍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기업들의 영업실적과 재무상태는 영업실적 공정공시와 실적 변동공시, 주주총회 소집공고, 감사보고서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발표되는 만큼 시장조치 대상기업은 수시로 적출된다"며 "다음 날 매매거래를 시작하기 전에 공시 내용들을 꼭 확인하고 투자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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