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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운용 ‘세계100대 코스’ 탐방기] (5) 일본 히로노GC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30 16:49

수정 2014.11.07 04:45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열도에는 총 2600여개의 골프장이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의 최고 명문은 항구도시 고베 북서쪽에 위치한 히로노GC다. 이 골프장은 2009년 미국의 골프 전문지 골프 매거진이 실시한 세계 100대 코스 선정에서 당당히 39위에 오른 곳이다. 영국의 C H 앨리슨의 디자인으로 1932년에 개장한 히로노GC는 아사카 왕자가 개장 기념 첫 플레이를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이 골프장의 위상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할 수 대목이다.

히로노GC는 ‘내륙의 링크스 코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계자 앨리슨이 그것을 염두에 두고 호수와 연못, 협곡과 계곡, 그리고 개울과 산을 적절히 배치했기 때문이다. 5번홀(파3)을 ‘피오르 홀’로 부르는 것은 그 방증이다. 이 홀 생김새가 마치 노르웨이의 해안지형을 옮겨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그런 애칭을 얻었다. 개장 초기에는 6.1493㎞(6725야드)였던 히로노는 세 차례의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는 전장이 6.5553㎞(7169야드)로 늘어났다.

히로노의 역사는 일본 근현대사와 궤를 같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의 미국 진주만 습격으로 촉발된 태평양전쟁으로 1944년에 골프장이 폐쇄되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다른 골프장과 마찬가지로 히로노 코스도 비행기 활주로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종전 후 재건 작업을 통해 전쟁의 상흔을 없애는 노력을 기울여 원래의 모습을 되찾긴 했지만 히로노가 안고 있는 슬픔과 아픔은 영원히 씻어지지 않을 듯싶다.

이 골프장은 정회원 308명, 주중회원 207명, 법인회원 400명이 있지만 실제로 라운드를 하는 회원은 고작 300여명에 불과하다. 그린피는 주중 2만5000엔, 주말 3만엔이다. 여기다가 캐디피 4000엔, 이용세 4200엔을 더하면 18홀 라운드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월치 않다. 가뜩이나 워낙 프라이빗한 코스여서 입장이 제한적인데 이용료까지 비싸 웬만해서는 라운드가 어렵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주중에만 입장을 허용하고 있다. 연간 내장객이 1만8000여명밖에 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심지어는 고베 거주민들조차도 이곳에서 라운드하는 것 자체를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히로노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2년이다. 나인브릿지 대표로 월드클럽챔피언십(WCC) 참가 권유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평균 연령 70세 이상의 고령이 대부분인 이 골프장 회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라운드는커녕 코스 구경도 못한 채 한마디로 문전박대를 당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히로노 코스를 밟을 수 있었다. 이 코스 조성 때 건설 자문역을 맡은 세히치로 다카하다의 손자이자 이 골프장 회원인 지로 다카하다의 도움을 받아서다. 그가 2003년에 개인 자격으로 나인브릿지를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런 인연으로 2008년에는 히로노의 보드(운영위원) 10여명이 나인브릿지를 찾기도 했다.

일본은 우리보다 6년 뒤인 1903년에 골프장이 처음 생겼다. 그럼에도 세계 100대 골프코스가 4개이며 100대 코스 선정위원을 3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는 세계 100대 코스는 나인브릿지 제주 1곳, 선정위원은 필자가 유일하다. 골프장과 골프문화면에서 우리가 일본에 뒤지고 있다는 방증이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에 이른바 ‘버블경제’의 거품이 제거되면서 골프장들의 도산이 도미노처럼 이어졌다. 그럼에도 히로노를 위시로한 명문 프라이빗 코스는 굳건히 살아 남을 수 있었다. 경영 내실화와 차별화를 생명줄로 여겼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공급 과잉이 우려될 정도로 우리나라에는 많은 골프장이 생겨나고 있다. 일본 최고를 넘어 아시아 최고 명문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히로노의 성공 사례는 우리 골프장들이 귀감으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개장한 해슬리 나인브릿지가 정통 프라이빗 클럽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떤 외압과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영구성 확보를 위해서다.


■사진설명=미국 골프 전문지 골프 매거진에 의해 일본 및 아시아 최고 명문 코스에 선정된 히로노GC. 내륙의 링크스코스로 불리는 이 골프장은 철저한 회원 중심 운영으로 불황을 극복함으로써 우리나라 골프장에 귀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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