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가 또 낙하산?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3.28 17:16

수정 2014.11.13 14:01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 ‘낙하산 인사’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증권선물거래소(KRX)의 상임감사 선임 논란에 이어 증권 유관기관인 증권예탁결제원의 감사 선임을 놓고 다시 낙하산 논란이 재연된 것.

증권예탁결제원은 28일 오전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굿모닝증권 투자상담사인 권순철씨(53)를 감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탁결제원 노조는 이날 임원실과 주총장을 봉쇄하고 주주총회를 무산시켰다.

노조측은 “상임감사 선임을 위한 예탁결제원 주주총회를 불과 이틀 남겨두고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내정해 내려 보내려고 하는 정부의 작태에 실소를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이달 말까지 주총 무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4월1일부터 증권예탁결제원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적용받게 되는 만큼 7명으로 구성된 임원 추천위원회를 거쳐 감사를 선임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873개 금융기관과 300만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시가총액 1630조원에 달하는 유가증권을 관리하는 기관의 상임감사는 중립성과 전문성 확보가 무엇보다 절실하다”며 “이번 상임감사 선임은 반개혁적 오류임을 떠나 낙하산 감사로 내정된 권씨의 자질에 대해 심각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로 선임할 예정이었던 권씨는 부산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으며 국제상사에서 재직한 바 있다. 쌍용증권 마포 지점장을 역임한 권씨는 현재 굿모닝신한증권 영업점에서 대외증명이사의 신분으로 투자상담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탁결제원은 재정경제부를 통해 권씨의 프로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에서는 권씨가 이번 정부의 장관을 지낸 모 인사의 친척(동서)이라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경남 산청 출신이면서 부산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이력으로 미뤄 학연이나 지연 등이 선임 배경이란 분석도 나온다.

예탁결제원 이청우 노조위원장은 “주총 전에 권모씨를 찾아가 사퇴 의사를 타진했지만 ‘도와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면서 “권씨는 선배들을 통해 예탁결제원 감사 선임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월1일 시행되는 공운법은 기업의 경영 투명성과 책임 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 감사 선임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거래소가 감사 선임을 놓고 4개월간의 진통을 겪었는데 또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진 일이 안타깝다”며 “참여정부 말기인 데다 금융권 인사가 겹치면서 여러가지 오해와 잡음이 일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거래소는 지난해 7월 청와대가 미는 386세대 운동권 출신의 김모 회계사를 상임감사로 내정되자 KRX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는 등 4개월간의 진통 끝에 지난 10월 말 현 임종빈 감사를 선임했다. 이 과정에서 권영준 전 후보추천 위원장의 ‘인사 외압’ 주장까지 제기돼 파문이 일었다.


거래소에 이어 예탁결제원까지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번 사태 종결 결과에 따라 향후 증권업계 주요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사진설명=한국증권예탁결제원 노조가 28일 오전 9층 임원실 앞을 봉쇄한채 신임 감사 후보가 낙하산 인사라고 주장하며 주주총회 무산을 외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개최되기로 했던 주주총회는 노조의 반발로 무산위기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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