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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방한―의미와 전망]南―北―러 3각경협 ´지도 맞추기´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26 05:50

수정 2014.11.07 15:49


크렘린측은 지난 23일 서울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정일보다 하루 앞선 26일 오후 10시에 방문하겠다’는 이례적인 긴급 전문을 보냈다. 당초보다 하루 더 늘려 2박3일 일정으로 방한, 27일 정상회담을 갖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하일 고르바초프나 보리스 옐친과는 달리 대 한국정책에서 경제·통상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

◇한·러 경제협력 관계=푸틴 대통령은 그 동안 러시아측이 한국에 꾸준히 제기해왔던 남한·북한·러시아간 3각 경제협력을 현실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제기하고 한·러 정상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의 연결사업을 양정상간 최우선 의제로 삼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양국 정상은 이 사업을 추진할 ‘교통협력위원회’와 ‘철도대표부’의 설치에 합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측은 경원선과 TSR의 연결, 즉 북한의 원산∼두만강을 거쳐 러시아의 하산∼블라디보스토크로 연결하는 노선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서울∼신의주 경의선을 통해 중국을 거쳐 중부 시베리아로 연걸하는 노선을 선호하고 있어 절충결과가 주목된다.


두 정상은 이와 함께 나호트카 공단개발 촉진, 이르쿠츠크 가스전 공동개발, 남한으로 연결되는 가스관의 북한지역 통과 문제 등도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양국간 수교 이후 우리측이 제고한 뒤 아직가지 상환받지 못한 18억달러 규모의 대 러시아 경협차관 일부를 방산물자를 통해 현물로 상환하는 방안도 주요 의제중 하나다.

경제논리를 앞세운 러시아측의 한반도 진입은 낡은 이념과 냉전 논리가 사라지고 경제 최우선주의가 등장하게 됨을 뜻한다. 이는 또한 종국에는 3국간 안보협력을 촉진,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아주 긍정적이다.

◇NMD 딜레마=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맞아 정부가 고심중인 문제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에 대한 입장정리다. 미국의 NMD체제 구축 강행에 강력히 반대해온 러시아측은 27일 한·러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미·러간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는 NMD 문제에 대해 정부가 우리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는게 문제다.

정부 당국자들은 “러시아측이 우리가 아직 공식입장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이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푸틴 대통령이 NMD 문제를 거론하지 않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각종 상황에 대비해야 할 입장이어서 푸틴 대통령이 NMD 문제를 거론할 경우 ‘미국과 러시아간 원만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는 정도로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외교적 측면=푸틴 대통령의 방한은 지난 10여년 간 한·러 관계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이 향후 양국간에 ‘건설적·보완적 동반자’ 관계로 확대·발전시키는 상징이 될 것이며 제반분야에서 실질협력을 증대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독립국가연합(CIS) 9개국을 포함해 25개국 방문이라는 푸틴의 해외 정상외교는 치밀하게 수립된 외교·안보 전략을 토대로 계획, 수행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지난해 경제·군사적 취약성을 극복하면서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에 맞서기 위한 ‘신(新) 외교·안보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신 외교·안보 전략’ 내용에는 다극화된 국제질서의 창출을 위해 새로운 아시아 맹주들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인도·일본·유럽연합(EU) 등과의 관계증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한·러 정상회담에 임하는 러시아는 ‘신 외교·안보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급류를 타고 있는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에 영향을 미칠 ‘동북아 전략’을 가지고 온 것으로 진단된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서 올 봄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앞두고 남북관계 정상화 지지의사를 밝힐 것이며 이런 가운데 러시아 나름의 역할을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남북한이 합의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증하는 이른바 ‘2+2’ 방식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방안에 대해서도 러시안측의 ‘이해’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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