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차·KT 이어 LG도 수시채용… 대기업 공채제도 사라진다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6.09 17:35

수정 2020.06.09 18:23

‘포스트 코로나’ 채용 풍속도
LG, 70% 인턴으로 적재적소 배치
삼성 등 ‘온라인 적성검사’ 확산
화상면접 등 ‘비대면 채용’ 대세로
경력있는 ‘중고신입’ 선호 우려도
현대차·KT 이어 LG도 수시채용… 대기업 공채제도 사라진다
머지않아 '○○그룹 공채 몇기'라는 표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그룹, KT에 이어 재계 4위인 LG그룹도 대졸 신입사원 공채제도를 폐지하고 연중 수시채용 방식으로 바꾸는 등 대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채용방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채용과정에 온라인 시스템을 포함시킨 이른바 비대면 채용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채용 풍속도로 자리 잡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입사원 연중 수시채용

LG그룹은 9일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해온 정기 공채를 올 하반기부터 폐지하고 연중 수시채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특히 신입사원의 70% 이상을 채용연계형 인턴십 제도로 선발하기로 했다. 기존 대규모 공채 방식에서 벗어나 직무별 역량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는 계획이다.
지원 문턱은 낮추고 경험의 폭은 대폭 넓힌 셈이다. LG그룹이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선발로 채용 시스템을 바꾼 건 창사 이후 처음이다.

상시채용 체계로 탈바꿈한 LG그룹의 채용과정에는 계열사별 현업부서의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현업부서가 원하는 시점에 채용공고를 통해 필요한 인재를 직접 선발하는 등 채용과정을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인사팀은 이를 지원하는 수준에 그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현장 중심의 인력 채용으로 경영환경과 기술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LG 관계자는 "현업부서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달라서 그간 인력을 직접 뽑으려는 니즈가 있어 왔다"면서 "채용과정에 인사팀을 100% 배제하진 않겠지만 현업부서 직원들이 주도적으로 채용에 개입할 여지는 기존보다 커진 셈"이라고 말했다.

또 LG그룹은 신입사원의 70%를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통해 직무적합도가 높은 인재로 채울 방침이다. 인턴 기간은 4주 내외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G그룹은 지원자가 원하는 업무와 실무부서의 직무가 맞지 않는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이달 내로 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와 생명과학사업본부 채용연계형 인턴십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정기 공채를 없애고 팀별 수시채용으로 전환해 현재 각 현업부문에서 직접 채용하고 있다. KT도 올해부터 공채제도를 폐지하는 등 공채제도를 없앤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대면 채용…포스트 코로나 신풍속도

LG그룹은 오프라인으로 실시하던 인·적성검사도 9월부터 전면 온라인 방식으로 바꿔 계열사별로 따로 진행하기로 했다. 인성검사 문항 수를 절반으로 줄이고 적성검사 응시시간을 기존 3시간에서 1시간대로 대폭 단축시킨다. 최근 삼성그룹이 필기시험인 직무적성검사(GSAT)를 사상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치른 데 이어 LG도 가세하면서 온라인 인·적성검사, 화상면접 등 비대면 채용 프로세스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세로 자리 잡아가게 될 전망이다.

실제로 SK텔레콤도 그룹 영상통화를 통해 다자간 상호 면접을 진행하는 등 신입사원 대상 언택트 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도 챗봇을 도입한 화상면접을 진행 중이다. LG화학과 LG전자는 상반기에 경력직 사원을 화상면접을 통해 선발하기도 했다.
SK·롯데·포스코는 상반기 채용설명회를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이러한 대기업들의 채용방식 변경에 대해 일부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수시채용이 확산되면 채용 문이 더 좁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직무적합도가 높은 사람 위주로 선발되는 만큼 대학 졸업 이후 바로 입사하는 이들보다 동종업계 경력이 있는 '중고 신입'이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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