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삼성 진정성 통했나… 355일만의 합의

김서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9 16:00

수정 2020.05.29 20:20

이재용 부회장 사과 이후 급진전
해고자 김용희씨 고공농성 풀어
1년만에 다시 밟은 땅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폐쇄회로TV(CCTV) 철탑에서 355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년만에 다시 밟은 땅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사거리 폐쇄회로TV(CCTV) 철탑에서 355일 만에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온 후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달 초 대국민 사과를 통해 노조활동 보장을 발표한 이후 노사 간 화합과 상생을 위한 삼성의 발걸음이 빨라지면서 해고노동자 문제도 급진전되고 있다. 삼성은 29일 삼성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에게 사과의 뜻을 밝혔고, 노조활동을 하다 삼성항공(테크윈)에서 해고된 김씨도 이날 고공농성을 멈추기로 했다. 서울 서초대로 삼성사옥 앞 철탑에 오른 지 355일 만이다.

삼성은 이날 오후 공식입장문을 내고 "양측 합의로 최종 타결됐다"면서 "김용희씨에게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밝히고, 김씨 가족에게도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회사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인도적 차원에서 대화를 지속했다"며 "뒤늦게나마 안타까운 상황이 해결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도움을 준 관계자들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삼성은 그러면서 "김용희씨의 건강이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 보다 겸허한 자세로 사회와 소통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합의는 반도체 백혈병 분쟁에 이어 당사자와 삼성, 시민단체가 함께 사회적 합의를 함으로써 난제가 해결된 또 한 번의 사례가 됐다.

김씨는 지난 1995년 사내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해고된 후 삼성을 상대로 사과와 명예복직 등을 촉구해왔다. 지난해 6월 10일부터는 삼성사옥 앞 폐쇄회로TV(CCTV) 철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였다. 김씨와 삼성 측은 그간 물밑에서 협상을 하긴 했으나 진전이 없다가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이후 진전을 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일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에서 노사문제에 대해 "삼성의 노사 문제는 시대 변화에 부응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건으로 많은 임직원이 재판을 받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더 이상 삼성에서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도 이날 합의에 대해 환영 입장을 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삼성피해자공동투쟁과 면담을 하는 등 문제 해결을 촉구해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합의 과정에 직접 관여하신 분들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합의 성사를 위해 애쓰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seo1@fnnews.com 김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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