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새가 자리잡을 튼튼한 나무가 필요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7:42

수정 2020.05.28 17:42

[기자수첩] 새가 자리잡을 튼튼한 나무가 필요하다
"회사 나가기 전 미리 말만 해줘."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스타트업 A 대표는 '인력유출' 얘기가 나오자 씁쓸해하며 웃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혼자 100명 역할을 하는 인재를 뽑는 건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저 회사에 남아만 다오'가 솔직한 심정이다. 대표 역량 문제도 있겠지만 전문인력, 대학생 인턴을 뽑아도 '안전성'을 이유로 회사를 떠난다는 거다.

A 대표는 "얼마 전 앱 개발자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는 회사를 어떻게 꾸려갈지 너무 답답한 순간이다"라고 말했다. A 대표가 3년간 지원한 근로자가 비슷한 연봉에도 대기업으로 떠난 건 안전성 때문이었다. 스타트업은 수십억 투자유치, 매출을 올렸지만 근로자는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고 이직한다는 거다.

전문가들은 스타트업 인력유출을 해결하기 위해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스타트업이 망하지 않게 돕고,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한정화 아산나눔재단 이사장(전 중소기업청장)은 제10회 대한민국 강소기업포럼에서 "(스타트업) 실패비용이 너무 높다. 기업의 재도전이 어렵다 보니 우수 전문인력은 스타트업을 기피한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전 부처가 나서 '재도전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튼튼한 나무에 새가 몰리듯 법 위에서 인재들이 안심하고 일할 터전을 만들자는 거다. △실패비용 감소와 재도전 기회 확대 △단계별 실패관리와 제도 구축 △채무조정 범위 확대 등을 법에 담아야 한다고 봤다. 현재 부처별 재도전 지원제도가 있지만 산발적인 데다 법적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물론 인력유출을 줄이기 위해 스타트업 각자의 역량이 중요하다. 하지만 대표가 회사 성장에 확실한 믿음을 주고 정부가 위기 때 지원한다는 믿음이 결합될 때 근로자도 일자리에 만족할 수 있다. 좋은 인재가 머물 때 스타트업도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다. 에어비앤비, 인스타그램, 테슬라 모두 두 차례 이상 실패를 경험했다.
미국 벤처창업 평균 실패 경험은 2.8회다. 한국은 1.3회다.
새가 앉을 더 단단한 나무가 필요한 때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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