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n번방방지법, 졸속입법 오명 지우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7:42

수정 2020.05.28 17:42

[기자수첩] n번방방지법, 졸속입법 오명 지우려면
이른바 'n번방방지법'이 많은 논란 끝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n번방방지법은 정작 텔레그램의 n번방에서 일어난 성착취 사건을 막을 수 없어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됐고, 인터넷사업자가 디지털 성범죄물 삭제 등 유통 방지조치나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적으로 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간 사적 대화를 들여다볼 수 있어 검열논란이 일었다.

지난 20일 사실상 n번방방지법의 마지막 심사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지적되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비공개 통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헌법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 공개된 콘텐츠에 부과되는 의무"라고 강조했다.

방통위가 검열 논란에는 적극적인 해명과 설득으로 정면돌파했지만 여전히 실효성 문제는 해소하지 못했다. 애당초 n번방 사건은 비공개 대화방에서 일어났는데 온라인에서 공개된 콘텐츠의 2차 유통을 막는 것은 재발방지와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n번방방지법으로 텔레그램과 같은 해외사업자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정부가 이미 알고 있다. 한 위원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해외사업자 규제는) 법 규정보다는 집행 가능성의 문제"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법은 사실상 국내사업자에게만 적용되는 법으로, 국내기업과 해외기업 간 역차별 논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과잉규제라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을 알면서도 국회는 n번방방지법에 앞장섰고, 정부는 뒤에서 밀며 합심해 n번방방지법을 통과시켰다. 특히 n번방방지법은 지난 4일 법안이 발의돼 불과 이틀 만인 6일에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는 '졸속 입법'의 오명도 얻었다. 국회법에 있는 10일의 입법예고기간도 어겼고,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도 없었고,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된 뒤 법안소위로 회부되는 절차도 생략됐다.
20대 국회만 있는 것도 아닌데 실효성이 없는 법안을 왜 이렇게 서둘러 처리했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는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전문가, 업계의 실무자 의견을 반영해 명확한 기준을 세워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21대 국회에서는 필요한 규제라면 숙의 과정을 거쳐 n번방방지법처럼 졸속입법이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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