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청년들의 안전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심형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7:42

수정 2020.05.28 20:03

[특별기고] 청년들의 안전한 병역의무 이행을 위해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위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크라이시스(crisis)는 '판단하고 결정한다'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적시에 올바르게 판단하고 결정하면 위기가 기회가 되겠지만 잘못된 판단과 결정은 비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도 지금 위기이자 기회의 시대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 정부의 신속한 판단과 창의적 정책 대응이 코로나19 사태가 불러온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반전의 길을 열었다. 그래서 세계로부터 롤모델로 찬사도 받고 있다.


우리는 최근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등 4관왕을 휩쓸며 소프트 파워(soft power)를 자랑한 바 있다.

그러나 곧바로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한류 확산의 흐름이 시작과 함께 꺾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았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또 한번 전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을 보여주며 K방역이라는 새 방식의 한류를 선보인 것이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것을 다시금 증명한 순간이었다.

병무행정 측면에서도 코로나19 사태는 분명 엄중한 위기일 수밖에 없다. 병역판정검사부터 현역병 입영 및 사회복무요원 소집, 예비군 동원훈련까지 병역의무 이행 모든 과정이 사람 간의 접촉을 필요로 한다. 곳곳에 집단감염의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병무청은 지난 1월 20일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단계가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됨에 따라 사전에 마련된 위기대응 매뉴얼을 바탕으로 대책을 검토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대구에서 집단감염이 시작된 즉시 예정된 현역병 입영 및 예비군 동원훈련을 잠정중단했다. 확진자 및 접촉자에 대해서는 입영 연기 조치도 단행했다.

이뿐만 아니다. 충북 보은의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실시하는 사회복무요원 기본교육은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우리는 아직 어느 나라도 성공하지 못한 '일상과 방역의 조화'를 위한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했다. 병무청도 그간 중단했던 병역판정검사를 4월 20일부터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AC)는 코로나 이전(BC)과 비교하여 많은 것이 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비접촉, 비대면이 중시되는 언택트 사회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대변화의 시대를 맞아 병무청장으로서 병무행정의 방향에 대해 늘 많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안보를 위한 인력충원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한편, 젊은이들이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정부기관 최초로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챗봇 병무상담'은 언택트의 유효한 수단이라 생각한다. '모바일 통지서' 발송 대상 확대, 모집병 면접평가에 AI 기술 적용도 검토 중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크게 주목받은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시 우리에게 소환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물질적 풍요를 이뤘지만 그만큼 위험이 커지고 일상화됐다.
이처럼 인류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대재앙의 한가운데 서있다.

병무청은 '포스트 코로나' 세상을 맞아 병무행정도 새 지평을 만들어 가려 하고 있다.
여기에서 무엇보다 우리 청년들을 위험으로부터 지키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모종화 병무청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