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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급격히 식은 경기반등 기대감… L자형 장기침체 걱정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7:32

수정 2020.05.28 19:40

美연준 "경제활동 급격 하강"
소비 추락… 제조업 실적 악화
日, GDP 3분기 연속 마이너스
5월 수출·수입 두자릿수 감소
지난 3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지난 3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 뉴스1
【 서울 도쿄=윤재준 기자 조은효 특파원】 "급격히 수축했다. 상당히 불투명하다."

27일(현지시간)공개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4월 경제보고서인 '베이지북'의 주요 문구다. 앞으로도 암울한 경제상황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저변에 깔려 있다.
이 때문에 오는 6월 9~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에서도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할 전망이다. 세계 경제 3위 대국인 일본 경제도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아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일각에선 일본 경제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4년은 걸릴 것으로 보는 등 세계 주요국의 하반기 경기 반등 기대감이 반감되고 있다.

■美 기업들 경기회복 비관적

미 연준의 베이지북에선 경제주체들의 비관적 전망이 주류를 이뤘다. 연준은 "전체 경제활동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앞으로 전망은 매우 불확실하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회복 속도가 느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많은 기업들이 향후 회복세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기술했다. 일부에서 제시한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과는 뚜렷한 온도차이다.

당장 침체의 골이 너무 깊은 게 문제다. 연준은 한 마디로 미국 경제에 대해 "급격하게 수축했다"고 단언했다.

개인 소비는 더욱 침체했으며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제조업체들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자동차, 항공기, 에너지 업종에서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소매 및 숙박, 외식업도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역시 소규모 입주자 상당수가 임대료 지급을 못하거나 연기해 타격을 입고 있다.

제프리스의 이코노미스트 토머스 사이먼스는 "한마디로 미국 경제는 아직 숲속에서 빠져나오려면 멀었다"며 "통화와 재정정책이 추가로 실시돼야 의미있는 회복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TD이코노믹스의 이코노미스트 크세니아 부시메네바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번 베이지북은 미국 경제 활동이 급감하고 있음을 입증했다"며 "코로나19 사태를 벗어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긴급사태가 해제된 다음날인 지난 26일 도쿄 긴자에 인파가 증가한 모습. AP뉴시스
긴급사태가 해제된 다음날인 지난 26일 도쿄 긴자에 인파가 증가한 모습. AP뉴시스
■日 "L자형 침체… 회복엔 4년"

일본 경제도 비상이다.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4·4분기부터 올 2·4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가 예상되고 있다. 두 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기술적으로는 경기침체로 본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긴급사태 선언 해제에도 경기가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6월 개인소비는 무려 약 7조2000억엔(약 82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당장 2·4분기 일본의 실질 GDP는 20%후반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BNP 파리 증권의 고노 류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경제가 계속 바닥을 그리는 L자형이 될 것"이라며 "GDP가 정점을 찍은 2019년 3·4분기(7~9월)로 되돌아가려면 2024년 이후"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L자형 장기침체를 의미한다.

일본 내각부는 28일 '5월 월례경제보고'에서 "경기는 코로나19의 영향에 의해 급속한 악화가 이어지고 있으며 매우 엄중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또 향후 경제 상황에 대해 "당분간 매우 엄중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기술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달 보고서 때부터 '악화'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이 용어를 쓴 건 리먼 사태의 충격이 이어진 2009년 5월에 이어 10년 11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지표는 이미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5월 수출액과 수입액은 각각 두자릿수 감소를 기록했다. 28일 일본 재무성에 따르면 이달 수출액은 16% 감소한 8179억엔(9조4000억원), 수입액은 1조739억엔(12조3400억원)으로 44.8%나 급감했다. 앞서 4월 수출액은 10년만에 최대폭인 21.9%나 줄었다.
코로나 확대로 일본의 무역이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건설경기의 바로미터인 굴삭기 등 건설 기기 출하액도 지난 4월 전년동월대비 30.8%감소한 1540억엔(1조7000억원)으로 9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돌았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자 일본은행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지난 26일 참의원 재정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추가적인 금융 완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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