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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번의 전생이 겹치며 만들어진 삶 [책을 읽읍시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8 17:22

수정 2020.05.28 17:22

111번의 전생이 겹치며 만들어진 삶 [책을 읽읍시다]
기억/베르나르 베르베르/열린책들
"당신이 진정 누구인지 기억할 수 있나요?"

전생과 내생이 실제 존재하는지는 살아있는 어느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구든 한번쯤 생각은 해봤을 것이다. 타고난 글쟁이인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에 인간의 '기억'을 주제로 한 작품을 들고 나왔다. 이 작품 속에서 작가는 111개의 전생을 기억하는 주인공을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을 펼쳐낸다.

소설 속 주인공 르네 톨레다노는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 어느날 센강 유람선 공연장 '판도라의 상자'에 갔다가 최면의 대상자로 선택당한다. 최면에 성공해 무의식의 복도에 늘어선 기억의 문을 열 수 있게 된 르네. 문 너머에서 엿본 기억은 제1차 세계대전의 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그의 전생이었다.
최면이 끝난 후에도 너무나 생생하고 강렬한 기억에 시달리던 그는 몸싸움에 휘말려 의도치 않게 사람을 죽이고 경찰에 자수할지 말지 고민하며 초조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한편 르네는 자신에게 총 111번의 전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제1차 세계대전 참전병 외에도 여러 기억의 문을 열어 본다. 그중에서도 최초의 전생은 현대인이 '아틀란티스'라고 부르는 전설 속의 섬에 사는 남자 게브였다. 아틀란티스가 바닷속에 잠겨버렸다고 알고 있는 르네는 어떻게든 게브를 구하고 싶어 하고 최면사 오팔이 르네를 돕기 위해 나선다.
프랑스 파리와 아틀란티스, 이집트를 넘나들며 르네의 이야기와 게브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교차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의 인연이 현생으로 이어지며 베일 속에 감춰져 있던 관계들이 드러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기억을 만들어내고 이를 지켜나가는지 화두를 던진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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