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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3년 반 전으로 되돌아간 ‘이재용의 시간’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7 17:33

수정 2020.05.27 17:33

[현장클릭] 3년 반 전으로 되돌아간 ‘이재용의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시계가 3년 반 전으로 회귀했다.

이 부회장은 2016년 말 한국사회를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국정조사, 박영수 특검 수사 등으로 4개월간 사실상 경영불능 상태에 빠졌다. 이듬해 1월 특검이 청구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한달 뒤 재청구된 영장이 발부되면서 급기야 수감됐다. 이후 1년여를 복역하다 2018년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가까스로 경영일선에 돌아왔다.

이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기간 중 삼성은 정기인사 파행, 투자 축소, 중장기 전략 수립 지연 등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1년 반 가까이 삼성의 경영시계는 정체됐다.
복귀 후 이 부회장의 행보는 글로벌 경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중국·일본·미국·유럽 등의 삼성의 주요 생산기지와 거점들을 돌며 늦어진 경영시계를 다시 돌렸다. 해외 사업 점검이 일단락되자 이 부회장은 국내 사업장으로 눈을 돌렸다. 미·중 1차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은 시기였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가전 등 삼성전자 핵심 국내 공장을 돌며 현장 전략회의를 수시로 가졌다. 삼성전자 경영에 몰두하면서도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금융 계열사까지 현장경영의 보폭을 넓혔다. 그새 180조원 규모의 경제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투자, 133조원 규모의 비메모리 2030 비전 발표 등의 초대형 프로젝트들도 내놨다. 이달 초에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 권고를 수용해 5년 만에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4세 경영 포기 등을 밝히며 20여년간 이어진 삼성 경영승계 논란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경영복귀 후 이 부회장의 지난 2년 3개월간 행보는 '미래 준비'로 정리된다. 코로나19 속 현장경영에 나선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에서는 "시간이 없다"며 조급한 심정까지 내비쳤다.

그러나, 그의 미래 준비를 위한 경영시계는 또다시 복병에 부딪혔다. 이 부회장은 지난 26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서 17시간 소환조사를 받았다. 삼성바이오 수사 개시 1년6개월만이다. 이 부회장의 소환설은 연초부터 흘러나왔다. 2차 소환 여부는 오리무중이다. 지금으로서는 검찰 수사 종결 시까지 이 부회장의 경영시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어렵게 됐다. 3년 반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특수 수사의 백미는 환부만 도려내는 '외과수술식' 속도전이 생명이다. 수사가 길어지고, 재소환 조사가 이어지면 기업은 흔들리기 마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위기와 미·중 간 갈등 속에서 국가대표기업 삼성까지 흔들리게 되지 않을지 재계는 깊은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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