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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중일 감독은 역시 복장이다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7 14:22

수정 2020.05.27 14:34

계약 만료 해를 맞은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사진=뉴시스
계약 만료 해를 맞은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 /사진=뉴시스
고우석이 마운드에서 이탈했을 때 아찔했다. LG 마무리 투수 고우석은 지난 14일 SK와의 경기 도중 불펜에서 몸을 풀던 중 무릎 통증을 느꼈다. 병원 진단은 왼쪽 무릎 반월판 연골 손상.

마무리 투수의 팀 내 비중은 상당하다.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전력이다. 마지막 이닝 1~2점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 등판하는 마무리 투수에게는 두 가지가 요구된다. 담력과 구위다.


한 이닝에 승패가 달려 있다. 웬만한 담력 아니고는 마운드에서 제 역할을 못한다. 담력이 있어도 구위가 뛰어나지 않으면 결격이다.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LG는 5승3패로 공동 4위에 올라 있었다. 26일 현재 순위는 단독 2위.

고우석이 빠진 12일 동안 7승3패로 오히려 더 좋아졌다. 고우석 대신 LG의 새로운 수호신 역할을 맡은 투수는 이상규(24). 지난해까지 1군 경험이 고작 한 경기 뿐인 투수다. 이상규는 14일 이후 6경기서 2승2세이브1홀드를 기록 중이다. 7⅓이닝을 던져 1실점. 이 기간 평균자책점 1.23.

올해는 류중일 감독의 계약 만료 해다. 류 감독은 2018년 팀을 맡아 8위, 4위를 기록했다. 인상적인 성적은 아니었다. 계약 종료를 앞둔 올해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면 다시 3년을 보장받을 가능성이 높다.

류중일 감독은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같은해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면 구 회장에게 최고의 선물을 안겨주는 셈이다. 류중일 감독은 삼성 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류 감독은 2011년 삼성 사령탑을 맡아 우승을 차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으로 사장 직함을 갖던 해였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구광모 회장 모두 이름난 야구팬들이다.

LG 트윈스 새 수호신 이상규 /사진=뉴시스
LG 트윈스 새 수호신 이상규 /사진=뉴시스
LG는 팀 타율(0.274 5위), 팀 홈런(18개 4위), 팀 평균자책점(4.39 4위) 등 주요 지표에서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단독 2위를 질주하고 있다. 마운드의 이상규와 함께 홈런 1위 라모스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라모스는 24일 kt전서 끝내기 만루 홈런을 터트렸다. 26일 한화전서는 0-0이던 6회 초 결승 솔로 홈런을 날렸다. 두 경기 연속 결승포. 유난히 외국인 타자 복이 없던 LG로선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온 셈이다.

LG의 또 하나 자랑거리는 블론 세이브 0. 이상규(2개), 정우영, 고우석, 송은범(이상 1개)이 5개의 세이브를 올렸다. 블론 세이브는 한 번도 없다. 정우영, 진해수(이상 3개), 이상규, 김윤식이 각각 1개씩의 홀드를 기록했다.

LG는 2000년대 들어 사령탑의 동요가 심했다. 9명의 감독과 3명의 감독 대행체제가 들어섰다. 3년을 넘긴 감독은 김재박(2007~2009년), 양상문(2014~2017년) 둘 뿐이다. 류중일 감독은 올해가 3년 째.

LG는 1994년 이후 25년간 우승을 맛보지 못했다.
그동안 삼성(7회), 두산(5회), SK(4회) 왕조가 KBO리그를 지배했다. LG의 올시즌을 지켜보면 어긋난 퍼즐들이 조금씩 맞아가는 느낌이다.
복장(福將) 류중일 감독이 계약 만료 해 끝내기 홈런을 날리지 않을까 기대된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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