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 '뉴삼성' 속도내는 이재용 [삼성, 평택에 EUV 파운드리 라인 구축]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21 17:45

수정 2020.05.21 17:46

7나노이하 생산 늘려 TSMC 추격
초미세화로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
2030년께 시스템반도체 1위 달성
국내 고용 유발로 경제활성화 도움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 투자"… '뉴삼성' 속도내는 이재용 [삼성, 평택에 EUV 파운드리 라인 구축]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선 안됩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21일 코로나19발 국내외 경기침체에도 10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의 국내 증설을 결정한 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과감한 경영적 판단이 있었다. 중국 업체들의 가팔라지는 반도체 기술추격에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대만의 TSMC를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한다는 이 부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녹아 있다. 이번 투자로 지난해 삼성이 약속한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다.

■TSMC 아성, 삼성이 뒤흔들까

이날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경기 평택 반도체 공장에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신설키로 결정하고 내년 하반기 본격 양산에 돌입하면서 업계 1위인 TSMC와 시장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올해 1·4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기업인 TSMC가 54.1%로 1위, 삼성전자가 15.9% 2위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568억7000만달러(66조원) 수준에서 올해는 70조원 이상으로 커지면서 TSMC와 삼성 등 업계도 저마다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7나노 이하 제품의 경쟁력 강화와 생산시설을 대폭 늘려 TSMC를 추격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은 지난해 기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점유율 43.7%로 메모리 분야 전통의 강자였지만 5세대(G), HPC(고성능 컴퓨팅), 인공지능(AI), 네트워크 등 비메모리 제품의 신규 응용처가 꾸준히 확산돼 파운드리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기술 개발과 첨단 생산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평택 공장에 극자외선(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 양산이 가능한 생산라인을 신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내년 하반기 평택 EUV 라인이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의 7나노와 5나노급 제품 생산이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화성 공장의 일부 생산시설에서만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내년부터는 대규모 생산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향해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파운드리 부문을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업계 1위를 목표로 세운 '반도체 비전 2030'도 이번 투자를 계기로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업계에서 두번째로 올 하반기부터 화성 공장에서 5나노 제품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반도체 분야 첨단 기술력에서 TSMC에 밀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올해 1·4분기 실적을 보면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4조5000억원이다. 직전 분기(3조6600억원)와 전년 동기(3조원)에 비해 최대 50% 이상 매출이 늘었다. 삼성전자 DS부문을 총괄하는 김기남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최근 많은 파운드리 고객들이 삼성으로 오고 있다"며 향후 매출 상승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위기마다 구원투수된 이재용

이재용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 결단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생산라인 신설을 위한 초기 투자액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이 같은 대형 투자가 이뤄진 데는 이 부회장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등 측근에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투자의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 계열사 전반에 '위기일수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경영적 판단을 보이면서 계열사들이 경쟁사와의 초격차 기술을 유지하는 데 구원투수 역할을 한다는 말도 나온다.
실제 이 부회장은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심화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사업과 관련해 지난해 말 13조원 규모의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사업에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이 국내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면서 국내 경기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업계 분석도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삼성이 메모리 기술은 세계 1등인 만큼 (중국 기업들과의) 초격차를 벌릴 수 있고, 파운드리 분야에선 최첨단 기술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또 국내 고용유발과 시설투자 등 한국 경제에 더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김서원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