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협력 물꼬 튼 삼성·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새 미래' 연다 [이재용-정의선 첫 단독회동]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13 17:36

수정 2020.05.13 17:36

반도체 이을 新성장동력 꼽혀
사업 교류 미미하던 재계 1·2위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손잡아
협력 물꼬 튼 삼성·현대차… 전기차 배터리 '새 미래' 연다 [이재용-정의선 첫 단독회동]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의 총수가 처음으로 생산 현장에서 13일 단독 회동한 것은 양사 간 협력이 강화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퍼포먼스로 풀이된다. 특히 완성차 회사와 배터리 회사 간 합종연횡이 강화되고 있는 글로벌 추세 속에서 양 그룹 수뇌부의 전격적 회동은 자동차업계는 물론 배터리업계의 주목을 받기 충분했다. 실제로 이날 양 그룹 총수들은 미래 성장산업인 차세대 배터리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협력 강화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취임 3주년 특별대담에서 '한국판 뉴딜'을 밝힌 직후 두 총수가 함께 반도체 이후 한국의 먹거리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논의한 것에 의미를 두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과 현대차의 첫 교류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사업적으로 별 교류가 없었다.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협력사업을 하는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지난 한 해만 3만대 넘게 수출한 코나 일렉트릭(EV)만 하더라도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기아차의 니로 EV에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들어갔다. 두 회사와는 향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친환경차 44종을 운영하고 이 중 절반이 넘는 23종을 전기차 전용 모델로 채울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으로 생산한 전기차도 내놓는다. 이를 위해 현대차와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생산공장을 합작 형태로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SK이노베이션을 지난해 말 순수 전기차용 배터리 1차 공급사로 선정했다. 5년간 약 50만대 분량으로 10조원 규모다. 반면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SDI와는 그동안 협력관계가 없었다.

그러나 이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삼성SDI 천안 사업장을 전격 방문하면서 양사의 전기차 배터리 협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양사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함께 개발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구조가 간단해지고 같은 부피나 무게라 하더라도 저장할 수 있는 전력량이 많이 늘어나고 폭발 위험이 줄어든다.

■전기차 폭발적 성장에 손잡나

전기차 배터리는 반도체를 이을 국내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한국판 뉴딜정책을 통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을 신성장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로 세계 경제지형이 바뀔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는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미래산업에 집중 투자키로 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미래차의 한 축으로 우리 기업들이 강점을 보유한 분야다. 올해 1·4분기 LG화학이 글로벌 시장에 판매된 전기자동차 배터리 사용량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했다.

앞으로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3년께 배터리시장 규모는 95조 8000억원 수준이다.
또 해외시장 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연평균 성장률을 25%로 추정해 2025년에는 시장규모가 18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수치는 2025년 169조원 시장을 내다보는 메모리반도체보다 큰 수준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재계 1, 2위 그룹의 총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미래산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자체로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성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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