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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몸 낮춘 이재용, 실천이 관건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8:20

수정 2020.05.06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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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법감시위 권고 수용
뉴삼성의 출발점 되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2)이 6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법과 윤리를 엄격히 못 지켜 국민께 실망을 안겼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법을 어기는 일, 편법이나 지탄을 받을 일은 하지 않겠다"며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동 3권을 확실하게 보장하겠다"고도 했다. 삼성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5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처음이다.

늦었지만 다행이다. 이 부회장은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뇌물·횡령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내부 준법감시제도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연초에 독립성을 갖춘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위원장 이지형 전 대법관)가 출범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 3월 이 부회장이 불투명한 경영권 승계에 대해 국민에게 직접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6일 대국민 사과는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한쪽에선 이 부회장의 사과를 '쇼'로 폄하한다. 당장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와 같은 유리한 선고를 받는 게 목적일 뿐 진정성은 없다는 비판이다. 준법감시위 설치 자체를 면죄부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박영수 특검은 아예 파기환송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 신청을 냈다. 특검은 "재판장이 준법감시위 설치를 먼저 제안한 것은 집행유예 판결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속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 부회장은 이러한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도 삼성은 수차례 쇄신을 다짐했으나 위법 논란을 말끔히 씻지 못했다.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도 있었고, '이건희 비자금' 논란도 있었다. 그때마다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을 축소 또는 폐지하면서 '클린 삼성'을 다짐했으나 이번엔 국정농단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그룹 총수의 대국민 사과는 제발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삼성 입장에선 "왜 우리만 못살게 구느냐"고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그것은 국가대표 기업 삼성이 짊어져야 할 짐이다. 오랜 세월 한국 경제는 정경유착의 그늘 아래 있었다. 재벌은 특혜를 누렸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더 이상 불공정은 설 자리가 없다.
국민이 대기업, 그중에서도 삼성에 요구하는 윤리기준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 부회장은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는 일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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