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이재용의 뉴삼성 선언…"자녀에 경영권 승계 없다"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5.06 18:03

수정 2020.05.06 21:28

5년만에 대국민 사과 
80년 이어온 오너경영 대전환 ..'무노조 경영' 종식도 공식화
"법·윤리 준수 못한 것은 내 잘못 국격 맞는 새로운 삼성 만들것"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경영권 승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 논란에 대해 사과하며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사진=서동일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거진 불미스러운 일들에 대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사실상 삼성의 경영승계식 지배구조를 종식하고 미래 비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뉴삼성'으로의 신경영 선언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6일 오후 서울 서초대로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주문한 경영권 승계, 노조 문제, 시민단체와의 소통 등 3가지 권고안에 대해 직접 사과를 표명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 경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건 지난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5년 만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대국민 사과는 삼성의 준법경영을 감시하는 외부독립기구인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지난 3월 11일 제안한 3대 권고안에 대한 입장을 56일 만에 내놓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삼성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한 건 국민의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때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망을 안겨드리고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법과 윤리를 엄격하게 준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사회와 소통하고 공감하는 데에도 부족함이 있었는데 모든 것은 저희의 부족함이고, 저의 잘못임을 통감하고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10분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경영승계 논란, 노조 문제, 시민사회와의 소통 등 권고안별 입장도 상세히 밝혔다.

우선 경영승계 논란에 대해서는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걸 이 자리에서 분명히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은 경영승계 논란과 관련한 입장 말미에 깜짝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저는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며 "오래전부터 마음속에는 두고 있었지만 외부에 밝히는 것은 주저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경영환경도 결코 녹록지 않은 데다가 제 자신이 제대로 된 평가도 받기 전에 이후의 승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삼성의 3대 총수인 이 부회장의 발언은 80여년을 이어온 삼성 오너 경영의 대변화, 경영승계 중단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이 부회장은 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삼성을 상징해온 '무노조 경영'의 종식을 공식화했다. 그는 "그동안 삼성의 노조 문제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제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민사회와의 소통과 준법감시에 대해서는 "외부의 질책과 조언을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낮은 자세로 먼저 다가서겠다"며 "준법이 삼성의 문화로 확고히 뿌리 내리도록 재판이 끝나더라도 삼성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적인 위치에서 계속 활동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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