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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美 공장 가동 재개…"美 재계 대응 축소판"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19 10:00

수정 2020.04.19 10:00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항공기 제작업체 보잉이 공장 가동 재개를 선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감염병 확산 억제와 경영악화, 연방정부와 주정부간 엇갈린 신호 속에서 미 기업 경영진들이 어떻게 대응할지를 보여주는 축소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속에 미국 전역에서 '경제재개'를 촉구하는 시위들로 방역조처를 연장하려는 주지사들이 압력을 받는 가운데 재계 일부의 경제재개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 감염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확진자 수 감소를 토대로 봉쇄조처가 일부 완화되기 시작했다.

보잉, 3개 시설 재가동
18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보잉은 지난주 잇달아 공장 가동 재개를 선언했다.

이미 13일 보잉 737맥스, 777과 군용기 KC-46, P-8을 생산하는 워싱턴주 퓨젯 사운드 공장 재가동에 들었고, 16일에는 오하이오주 히스의 군용기 수리 시설을 곧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17일에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군용 헬리콥터 생산시설을 20일부터 재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보잉은 앞서 이달초 미국내 모든 조립공장을 폐쇄하고 철저한 소독에 나섰지만 몇주 지나지 않아 다시 공장 문을 연다는 결정을 내렸다.

보잉은 미국을 포함해 전세계 공장에서 직원 100여명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됐고, 이가운데 최소 1명이 사망했다.

WP는 보잉 경영진은 몇주에 걸친 소독과 이후 취할 일부 안전조처가 직원들의 감염을 억제해줄 안전장치인 것으로 믿고 있다고 전했다.

보잉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교대조 출퇴근 시간에 시차를 둘 방침이다. 출근하는 조가 퇴근하는 조와 겹치지 않도록 시간 간격을 둬 접촉 인원 수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일부 공장에서는 작업장내 물리적 거리를 두기 위해 바닥에 표시를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가팔랐던 워싱턴주 공장에서는 모든 직원이 마스크 등을 착용토록 할 계획이고, 물리적 거리를 두지 않는 공장에서도 마스크를 비롯한 보호장비 착용을 시행키로 했다.

일부 생산시설에서는 체온 점검 시설도 설치된다.

미 기업들의 코로나19 대응 축소판
WP는 보잉은 많은 면에서 미 기업 전반의 코로나19 대응이 어떻게 될지를 보여주는 축소판이라고 칭했다.

보잉은 직원들의 건강을 보호하면서도 기업과 직원의 경제적 안정성 역시 확보해야 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

보잉은 또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엇갈린 경제재개 조처에 어떻게 대응하게 될지도 시험받게 됐다.

공장문이 다시 열리게 되는 워싱턴과 펜실베이니아 지역은 주지사들이 최소 이달말까지 이동제한, 자택보호 조처를 취하고 있는 곳이다.

경제재개 결정권은 주지사들에게 있다면서도 5월1일까지는 미 경제가 다시 가동에 들어가기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방역에 더 초점을 맞추고 이동제한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는 주지사들 사이에서 보잉이 줄타기를 하게 생겼다.

오하이오주 공장은 '국가 핵심 시설'로 국방부의 통제를 받는 곳이어서 주지사의 관할권을 벗어나 있다.

보잉은 경제재개를 둘러싼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힘겨루기의 한 복판에 서게 됐다.

이동제한 해제 압력 고조
AP통신에 따르면 18일 미 전역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이동제한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트럼프의 경제재개 압력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위까지 맞닥뜨리면서 봉쇄를 이어가려는 주지사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100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텍사스주에서는 주도 오스틴에서 "다시 일하게 해달라"는 수백명 시위대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인디애나주에서는 시위대 200여명이 주도 인디애나폴리스의 주지사 관저 앞에 몰려가 봉쇄해제를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인디애나주에서는 7~17일 1만600여명이 새로 확진판정을 받았고, 이 기간 사망자 수는 26명 늘어 545명으로 확대됐다.

뉴햄프셔주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봉쇄해제를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17일 주지사들이 참고할 수 있는 연방정부 차원의 경제재개 지침을 발표한 트럼프는 이날 폭풍 트윗을 통해 봉쇄해제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미네소타를 해방하라! 미시건을 해방하라! 버지니아를 해방하라!"고 트윗을 올렸고, 연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에게는 " '불평'을 줄이고 더 많은 시간을 '행동'에 쏟아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뉴욕주의 하루 사망자 수가 보름여만에 처음으로 550명을 밑돌았지만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시아 일부 지역 다시 증가
미국의 경제재개 압력이 높아지고, 보잉이 공장 가동 재개를 선언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접근을 촉구하고 있다.

충분한 진단능력과 역학조사 역량을 갖추지 못한채 경제재개에 나서면 감역 확산의 2차파도가 다시 몰아칠 것이라고 이들은 우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사례는 전문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성공적인 방역 사례로 일컬어졌던 싱가포르는 봉쇄를 완화한 뒤 다시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하루에만 942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사는 기숙사를 중심으로 다시 확산되는 움직임이지만 인구 600만명 도시에서 확진자가 6000명 가까이 나오며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본에서도 확진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반면 유럽은 코로나19 확산이 주춤하는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와 스페인이 부족한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임시로 만든 야전병원 일부를 해체하고 있고, 독일은 지난주 회복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확진자 수가 줄어들었다.


스페인은 다음달 9일까지로 비상사태 기간을 연장했지만 아동들에 대한 철저한 자택보호를 오는 27일부터 일부 완화하기로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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